Intro
안녕하세요, 강희승입니다.제가 RCV lab에 입실하게 된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습니다. 순탄할 줄만 알았던 첫 상반기, 겪었던 문제들과 생각들을 이번 회고를 통해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신입의 마음가짐
제가 URP를 마치고 연구실에 입실을 결정한 이유는 URP 과정에서 경험했던 연구 과정이 꽤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입시부터 대학 생활까지 시험을 위한 공부만을 해왔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탐구를 위한 공부 하는 것이 처음이었고, 시험이라는 압박과 부담에서 벗어나 관심 있는 영역들을 스스로 찾아 나갈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아마 URP 프로그램이 없었더라면, 평생 공부에 대한 흥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연구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나, 공부와 연구에 큰 흥미를 느낀 저는 다른 경험들을 통해 적성을 모색하기보다, CV 연구에 관심과 흥미가 생겼을 때, 조금이라도 빠르게 시작해서 깊이를 쌓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빠르게 입실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입실하며, 저는 크게 3가지 마음가짐으로 연구 생활을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열정을 잃지 않고 지치지 않기
- 건강하기
- 영감이 되는 연구 해보기
입실 초반에는 URP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고, 열정도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4년의 연구 생활이 남아 있고, 저는 생각보다 꾸준함과 성실함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초반에 너무 달려버리면 금방 지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너무 불태우지는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열정을 잃지 않되 과하지 않게, 성실하고 꾸준한 생활을 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연구자로 거듭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도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금방 지쳐버리는게 단순히 마음가짐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컴퓨터 분야에서 연구 생활은 특성상 하루종일 앉아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좋은 연구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매일은 아니어도 주에 적어도 2회 이상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어보자 다짐했습니다.
아직까지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깊게 생각해보지도 못 했지만, 막연하게 많은 연구원들에게 영감을 주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선, 좋은 연구를 해야하고, 이를 위해 ‘좋은 연구’가 무엇인지 정의해야하고, ‘어떤 연구’를 할 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 고민에 답하려면 보는 눈이 필요하고, 그 눈은 결국 기반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기반을 잘 구축하자 다짐했습니다.
신입교육
저는 약 5개월 간의 신입 교육을 받았습니다. 주영,의철님께서 커리큘럼을 잘 구성해주신 덕분에, 기초를 잘 다지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1~2주차에 학습했던 고양이책이었습니다. 사실 내용이 어려웠다기 보단, 고전 비전의 방법론을 배우는 것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딥러닝의 등장으로 고전적 방법들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데 왜 배우는 걸까 생각했습니다. 나름의 결론은, 고전 학자들이 고민했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기반을 다지는 관점에서 알고리즘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어떻게 해결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고 현재 연구들의 진척도는 어떠한지 흐름을 읽는 것이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고전 연구의 흐름 만으로는 딥러닝 이후에 어떻게 연구될지를 가늠하기는 힘듭니다. 그렇기에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의 많은 논문들을 읽어야 합니다. 저는 ResNet, Transformer, ViT등과 같은 근본 Computer Vision논문을 시작으로 GPT,BERT 논문을 읽으며 Language Model의 working process를 학습했고, CLIP과 LLaVa, Qwen을 통해 VLM, MLLM에 대해 학습하였습니다. 덕분에 단순 Vision을 넘어 Multimodal Model에 대해 기초적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최신 연구보다, 다양한 연구들의 근간이 되는 논문들을 읽다보니 영감이 되는 논문들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확장성입니다. 단순히 특정 task를 해결하기 위해, SOTA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확장성을 고려한 연구들이 다양한 후속 연구들로 이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하는 연구는 확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하나?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URP 프로그램을 하면서부터 계속 중요하게 여겨온 ‘문제 정의’입니다. 내가 연구하고자 하는 주제에서 어떤 것이 문제인지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환경 관점에서 연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주제를 선정해도, 현재 환경에서 실험하고 연구하지 못한다면, 과연 잘 선정한 것일까? 주어진 시간과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도 역량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이 두 가지 위에서 확장성을 어떻게 고려해야 할지는,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고 앞으로 계속 고민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교육을 마치고
교육은 정해진 커리큘럼대로 논문을 읽으면 되지만, 교육을 마친 이후 저는 어떤 것을 해야할 지 굉장히 감이 안잡혔습니다. 방황하던 차에 서베이 요청이 들어왔고 주영님 보조로 연구하게 될 Compositional Generalization을 주제로 처음으로 서베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초교육 과정에서 겪지 못한 새로운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어려움은 서베이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에는 감도 안와서 GPT에게 서베이 요청을 해봤고 생각보다 잘 정리해주는 것 같이 느꼈지만, 역시 온전히 신뢰를 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에 근택님이 GPT 절대 사용하지 말고, 직접 찾으라고 하셨습니다. 아직 제 지식의 깊이가 부족해서, GPT의 hallucination을 걸러낼 판단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어려움은 리스팅한 논문들을 읽고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2025~2026년도 탑티어 학회 논문들을 Compositional, Generalization 등을 주제로 서베이를 했었는데 약 70-80편이 넘는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논문들을 어떻게 다 읽고 파악하지?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영님이 추천해주신 방식은 introduction, related work를 읽고 conclusion을 읽으며 큰 흐름을 파악하고, 다시 풀페이퍼를 읽으면서 자세히 읽는 것입니다. 해당 방식을 적용해 서베이 논문들을 정리하고 다시 풀페이퍼를 읽으니, 술술 잘 읽혔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읽는 것이다 보니 어떤 점을 문제로 삼은 것인지,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 명확하게 눈에 보였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논문을 읽는 방식 자체였습니다. 제가 꽤나 회의감이 온 부분인데, 약 4-5개월 가량 논문만 읽었는데, 아직도 논문을 읽고 내용의 전반적 흐름을 파악하는 속도가 여전히 더딘 것 같다는 점입니다. 이에 문라이트와 같은 보조 도구를 고려해 봤으나, 근택님은 앞에서 ‘문’자도 꺼내지 말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ㅎㅎ. 저도 사실 기반을 잘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문라이트도 안 쓰고 GPT도 최대한 안 쓰고 서베이를 하지만, 한정적인 시간에 정해진 일을 끝내야 한다면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저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입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한다면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하지만, 게으르다는 굉장한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을 할 때 마감일까지 미루다가 결국 완벽하게 끝마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동시에 저는 남의 눈치를 굉장히 많이 보는 성격입니다. 남에게 비춰지는 제 이미지가 중요하고, 뭐든 잘하는 이미지이기를 바랍니다. 이 성격이 오히려 도움이 되어, 연구실 생활 면에서 꼭 챙겨야 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정해진 일정들을 미루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X-review 놓치지 않기, 지각하지 않기, 연구실에서 딴 생각하지 않기 등과 같이 스스로 만든 외부 압박이 게으름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준 것 같다는 생각을 조금 했습니다. 다만, 지난 주에는 집중력을 컨트롤하지 못해 X-review를 놓쳤고, 스스로에게 굉장히 실망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시 스스로를 돌이켜 봤을 때, 잡생각이 많고 집중을 잘 못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연구실 입실 초기에는 하루 종일 풀 집중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풀 집중하는 날이 주에 3일도 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는데 시간만 흘러, 어영부영 일주일을 보낸 적이 많아졌습니다. 그럴 때면 재연님이 하신 말씀이 문득 떠오릅니다. 출근해서 1~2시간 일하다 보면 점심시간이고, 밥 먹고 오면 1시. 거기서 5시간 일하면 저녁이고, 저녁 먹고 2시간 더 하면 벌써 10시입니다. 즉, 실상 연구실에서 일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입니다. 시간을 어영부영 쓰게 된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1년, 2년이 큰 성과 없이 흐르게 될 것이고, 이는 저에게 치명적일 것입니다.
새로운 다짐 및 마무리
상반기 동안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 외에도 생각보다 더 많은 고민과 문제들이 있었지만,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보다, 인지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입실하며 다짐했던 3가지를 다시 훑어보겠습니다.
- 열정, 다행히도 아직 열정이 식거나 지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좋은 연구를 하고 싶은 열망은 항상 있고, 이번 학기 주영님 보조로 연구 참여하며, 경험을 쌓고 개인 연구 주제를 깊게 고민해볼 것 같습니다. 목표는 하반기 마무리하면서 개인 연구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다만, 위에 언급한 것처럼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지 못한다면, 쉽지 않은 목표가 될 것이기에, 규칙적인 스케쥴링과 적절한 휴식을 취함으로써 집중의 순도를 높히는 데에 신경을 써볼 것입니다.
- 건강, 아쉽게 챙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분야 특성상 앉아만 있다 보니 체력이 쫙쫙 빠지는 게 느껴집니다 (눈도 쳐지고 몸도 무겁고…). 주 2회가 초기 목표였지만, 현재는 주마다 한번은 꼭 운동을 가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잡아보려고 합니다.
- 영감이 되는 연구, 이는 매일 매일 고찰해야하는 부분입니다. 어떤 연구가 영감이 될 지, 좋은 연구가 될 지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날이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반기 목표 및 다짐을 끝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 평소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날 것의 생각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연구자로서 논리적 사고를 가장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생각들을 잘 정리하는 습관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 글을 많이 읽어보려고 합니다. 최근, 해야할 일을 하지 못하고 휴대폰만 하고 있는 모습에 한심함을 느껴 SNS와 유튜브를 제거한 상태인데, 그 김에 글을 읽어볼까 합니다. (얼마나 갈 지는….) 아무래도 연구자로서 논리적인 사고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이를 글 또는 말로 표현하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책이나 글들을 많이 읽어보려고 합니다.
분명히 회고 작성을 마음 먹었을 때는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 갔는데 ( 취직,박사 고민, 어떤 개인 연구 주제? 등 ) 두서 없이 글을 작성하다 보니 모두 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많은 문제들이나 고민들을 생각나는대로 적었던 것 같은데, 피드백이나 조언들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 아낌없이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정제되지 않고 두서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남은 2026년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