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상인입니다. 2026년이 곧 마무리됩니다. 벌써 9월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년 이때쯤, 모두가 시간이 빨리 간다고, 벌써 1년이 마쳤다고 생각하고, 나는 이번 1년 간 뭘 했는지 반성만 합니다. 하지만 각자의 하루를 뜯어보면, 모두들 그 하루들을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제가 졸업식을 함께한 김현우 연구원 등과 함께 “연구실을 떠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하지만, 짧게 또는 길게는 3개월은 더 연구실에 남게된 입장에서, 상반기를 돌아볼 여유와 함께 글을 작성해보려 합니다.
석사학위를 목전에 둔 이들에게
제가 아는 우리 RCV 분들은 모두 충분한 연구 능력과 그 능력을 실무로 뽐낼 역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저 또한 저를 그렇게 평가합니다. 제가 2차 면접을 본 한 기업에서 “본인을 왜 뽑아야 하는 지 한 문장으로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제가 먼저 떠오른 답변은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고 답변했습니다. 어떤 일이 주어지든, 내가 익숙하지 않은 일이 주어져도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근거 없는 자신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와 국책 프로젝트, 그 프로젝트를 하며 만나는 이들과 소통, 문제 해결 능력, 보고서 작성, 그러면서도 개인의 연구를 충실히 하고 논문을 작성한 다음 이를 특허 출원하는 과정과 소프트웨어 등록 등, 나는 그 어떠한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2차 면접에서 탈락했습니다. 우리가 시험에 붙지 않았다면, 내 점수가 정해진 커트라인을 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 이력서가 서류를 통과하지 않았다면, 엄밀한 원인을 알기는 어렵지만 내 학력, 성적, 연구/프로젝트 또는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대면한 면접에서 탈락했다면, 그 원인을 알기엔 참 어렵습니다. 다행히 제 장점 중 하나는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늘 한 기업에 붙지 않았다고 해서, 제 긴 인생에 큰 문제가 생긴 건 아닙니다. 반대로 내가 어떤 기업에 붙는다는 사실이 제 삶의 지향점은 아닙니다. 탈락 메일을 받은 이후, 냉정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처음엔 “나를 뽑아야 할 이유”에 대해 “내가 이 회사에서 컴퓨터 비전의 유일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고 답변해야 했는 지, 또는 다른 질문들에 대해 다른 답변들을 해야 했는지에 대해 돌아봤습니다. 지금도 그 이유는 그분만 알 것입니다. 그래도 한 가지, 이런 탈락은 스스로를 더 잘 알게 해줍니다. 이런 탈락을 겪다 보면 한 번쯤은 스스로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질 때도 있습니다. 취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면 또는 갈망한다면, 누구든 한 번쯤 겪는 시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좌절하기 보다는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과 고민만을 함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연구실에 약 4년 가까이 지내며, 교수님과 많은 인연들 아래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엄청나진 않지만 혼자서 ICML에도 붙어 봤습니다. 논문 준비부터 작성,제출, 이후 합격까지 약 6개월을 몰두한 논문의 결과에 대해 그 당시 스스로를 치켜세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당시,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8페이지 분량의 한 편의 논문이 내 4년 연구실의 최종 목표이자 마침표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논문을 작성하며 성장한 그 많은 점들을 잊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누가 제게 이런 주제로 연구를 해서 논문을 작성하라고 하면, 한 번 작성하고 붙은 그 경험, 자신감을 토대로 지금도 몇 달 내로 연구 성과를 보일 자신이 있습니다. 제가 연구의 모든 일을 밑바닥부터 끝까지 해 보았기에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일할 자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까지 간 성장 과정에 만족하기보다 그 논문 한 편에 만족했다 보니,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논문을 붙인 일주일 동안은 행복했습니다. 그 논문 한 편이면 그래도 면접에서 할 말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논문 한 편이면 그래도 내 자소서와 포트폴리오의 메인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는 그 논문을 붙이는 것이 상반기의 지향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나고 보면, 전 단순히 제 학부 성적에도 이런 연구실에서 연구를 할 수 있음에 교수님께 감사했고, 연구가 꽤 재밌었습니다. 그 당시엔 연구를 함이 제게는 꽤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논문을 붙이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은 시점에서는 그 연구는 스트레스가 되었습니다. 물론 논문이 한 번에 붙으면 좋지만, 붙지 않았다고 해서 그 논문을 붙임을 지향점으로 삼지 않길 바랍니다. 삶의 긴 점들에서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도 남은 3개월 간, 다시 붙잡고 연구가 재밌던 그 시절로 돌아가 “논문을 붙이기 만은 위한” 또는 “취업만을” 위한 연구가 아닌, 꽤 자연스러운 일들 중 하나로 연구를 삼고자 합니다.
To Be
교수님에게 굉장히 감사하게도,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짧고 또는 길게는 3개월 간 연구원으로 지낼 수 있게 마련해주셨습니다. 또, 이 글을 쓸 때만 되면 제가 쓴 글을 지우기도 합니다. 저는 재수를 하며 이과로 왔지만, 본래 고등학교 3학년 동안 문과 출신이었습니다. 저는 문과에서 7논술로 원서를 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글을 쓰는 데 자신이 있고 제가 쓴 글을 잘 지우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회고글을 쓸 때는 꽤 글을 자주 지웁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평상시에는 항상 앞을 보고 살기에 뒤를 돌아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런 시간에라도 짧게나마 본인을 되돌아볼 수 있는 이 시간이 좋습니다. 연구실에 남을 3개월 간, 미래에 대해서도 또 고민해 보려 합니다. 물론 취업 공고에 서류는 내겠죠. 하지만 그 서류를 내는 시간에만 올해를 쓰고 싶진 않습니다. 오늘부로 연구실에 들어온 새로운 연구원들처럼 그때의 생각에서 또 새로운 일에 몰두해 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