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회고 – 김주연

들어가며

이번 회고는 다른 분들의 회고와는 다른 시작일 것 같습니다. 연초에 세운 목표를 꺼내놓고 얼마나 지켰는지 점검하는 식으로 시작한다면 저는 해당 자리에 작성할 것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연초에 목표를 세우지를 않았거든요. 정확히는 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였기 때문에 못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연구실을 쉰지는 대략적으로… 25년도 3월? 4월이었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36년도 6월에 돌아왔고 이번 9월에 완전히 복학하네요. 세어보면 정확히 1년 반인거 같습니다. 그러니 이 글은 상반기 회고라기 보다는 복학을 앞두고 쓰는 회고에 가까넵요. 다른 분들이 1월부터 8월을 돌아보실때 저는 먼 과거까지 다뤄보려고 합니다.

#1

왜 연구실을 쉬고 연구를 잠시 멈췄는지부터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때는 25년도 2월… 연구실에 있으면 30분마다 헛구역질이 났습니다. 참으려고 해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을 암만 가도 나오는 것 없고, 위가 문제가 있나 싶어서 위 내시경도 많이 받았습니다. 20대의 위라면서 아주 깨끗하다고 하더군요. 이 증상이 스트레스에 기인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고, 연구실에 있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누가 저를 압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교수님도 동료 연구원들도 저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연구실에 앉아 있으면 저를 짓누르는 부담이 있었고, 저는 그 부담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그냥 원인 모를 부담이라고만 생각했죠. 사실 그때는 제가 저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너무 힘들다라는 생각많이 가득했던 시기였던거 같습니다. 그것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왔고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쉬는 동안 증상은 다이나믹하게 평범한 사람 같다가도 상상하기도 힘든 최악을 찍기도 했습니다. 그 시기 이야기는 이 글에서 자세히 적지 않으려고 합니다…. 썩 좋은 이야기도 아닌거 같아서요.. 다만 한동안은 회복이 아니라 그저 버티는 시간이었다는 것 정도만 적어두겠습니다.

#2

최악을 찍는 동안 저는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없음을 느낄 때쯤 병원을 찾아 많은 시도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여러 과를 동시에 보는 병원이 있어 찾아갔고 집중 치료를 받은 끝에 조금 나아진 것 같았습니다.

(여담으로 해당 병원에 매우 심각한 질환으로 전신에 피부 염증이 심해 진료 거부까지 받은 환자가 있었는데 그 환자와 비슷한 정도의 몸 상태가 나왔었습니다. 의사분들이 매우매우 심각하게 본 것을 보면… 저는 객관적으로도 힘든 상태였기는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나아졌겠죠?)

몸이 괜찮아지며 쉬는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닌데요.

몸 상태가 괜찮은 기간에는 대기업의 AI AX 강의의 보조 강사로 일했습니다. 4월부터 시작해서 매주 최소 한 번, 많을 때는 두세 번씩 나갔죠. 대기업 임원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습니다. 클로드 코드와 제미나이 같은 도구의 활용법을 다뤘고요.

그런데 이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동료들은 AI 활용에 관심이 많았고 최전선에서 다양한 활용법을 알려줬습니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요. 돈을 벌려고 나간 것이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서 계속 나갔던 것 같습니다.

이 대목을 적으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연구실에서는 아무도 부담을 주지 않는데 저는 30분마다 헛구역질을 하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런 제가 임원분들 앞에서 매주 강의를 하면서는 멀쩡했습니다. 심지어 즐거웠고요. 부담의 총량으로 따지면 후자가 훨씬 무거울 텐데 말이죠.

그러니까 그 부담은 밖에서 온 것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걸 1년쯤 지나서야 눈치챘습니다.

#3

돌아오기로 한 데에 대단한 계기는 없었습니다.

더 이상 늘어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벌여놓은 일, 그러니까 대학원을 수습하고 싶었습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도 뭐했고요. 그래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졸업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연구를 하겠다는 것도 아닌, 그냥 벌여놓은 걸 수습하겠다는 이유였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조금 심심한데, 실제로 그랬으니 그대로 적어둡니다.

#4

저는 6월부터 연구실에 적응 기간으로 앞으로의 연구에 적응하려고 했는데요.

6월부터 지금까지 한 일을 순서대로 적어보겠습니다.

6월 — 로보틱스 인턴팀의 일들을 팔로업했습니다. 이때 교육을 봐주신 재찬님께 감사드립니다.

7월 ~ 8월 중순 — 로보틱스 팀에서 나와 개인 연구를 하였습니다. 제 원래 주제였던 감정인식 분야의 최신 연구들을 팔로업하면서 따라가 보려 했죠. 솔직히 말하면 MLLM이라는 것을 따라가는 것에 허덕였던거 같습니다. 1년 반은 이 분야에서 짧은 시간이 아니더군요.

8월 중순 ~ 현재 — 생성형 AI 과제에 합류하게 되어 제안서상의 1차년도 연구를 팔로업하고 있습니다.

석달동안 방향이 많이 바뀌었죠? 그래도 제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한 것들은 잘 해보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연구실 인프라&Ops 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의 권유로 시작된 일인데, 팀을 제 손으로 구축하고 팀원을 뽑고 팀 커리큘럼을 작성하는 것까지 하게 됐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솔직히 잘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고 부담도 있습니다. 그래도 하겠다고 했으니 해봐야겠죠. 후배 양성도 처음인데 후배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5

이제 앞으로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돌아온 지 석 달이 지났는데, 아직 헛구역질은 하지 않았습니다. 예전보다 부담이 덜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나아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 헛구역질을 할 만큼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았을 뿐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저를 몰아세우는 태도가 아직 그대로 있거든요.

아무도 저에게 기대나 부담을 주지 않는데, 저 혼자 저를 가압적으로 밀어붙입니다. 그렇게 밀어붙이고 나서도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니까 2025년에 저를 짓눌렀던 그 원인 모를 부담은, 사실 제가 만들어낸 것이었던 셈입니다.

요즘은 성실과 가학을 구분해보려고 합니다. 제 나름의 구분은 이렇습니다.

성실은 그 행위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그냥 하는 것이 꾸준히 모이는 것이고, 가학은 불안을 느껴서 하는 것으로.

밖에서 보면 둘은 같게 보일 수 있거든요. 둘 다 늦게까지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죠. 다른 것은 양이 아니라 연료입니다.

문제는 기준은 세워놨는데 정작 저한테는 적용이 잘 안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6월에 돌아온 뒤로도 계속 불안해하고 있었고 최근에야 이 태도를 인지하고 고쳐보려는 중입니다.

그래서 이번 하반기의 진짜 목표는 연구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안 말고 다른 연료로 해보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연구를 계속하려면 이건 바꿔야 하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6

그럼, 하반기의 할 일을 정리해봤습니다.

남은 넉 달 동안 할 일은 세 가지입니다.

  1. 생성형 AI 과제 연구
  2. 인공지능 총괄 조교
  3. 인프라&Ops 팀 운영

그리고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논문 한 편을 쓰고 싶습니다. 다만 이건 해야 할 일 목록에는 넣지 않으려고 합니다. 욕심은 욕심 자리에 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요. 예전 같았으면 넷 다 목록에 넣어놓고 혼자 초조해했을 텐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아보려 합니다.

마치며

돌아올 수 있게 배려해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6월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돌아온 저를 교육해주신 로보틱스팀분들(특히 재찬님)도 감사드립니다. 그 외에도 저를 도와주신 분들이 많은데, 한 분씩 특정하기가 어려울 만큼 많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맡은 연구 과제와 팀을 책임감 있게 해내는 것으로 이번 하반기를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저희 연구실 모든 분들, 남은 넉 달도 잘 부탁드립니다.

Author: 김 주연

2 thoughts on “2026년 상반기 회고 – 김주연

  1. 안녕하세요 주연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연구실을 쉬게 된 과정부터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주셔서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특히 ‘성실과 가학을 구분해보려고 한다’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겉으로는 똑같이 열심히 하는 모습처럼 보여도, 그걸 움직이게 하는 마음이 불안인지 아닌지는 정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연구를 하면서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돌아보게 됐습니다.

    오랜 시간 쉬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결정도 쉽지 않았을 텐데, 새로운 연구와 팀 운영까지 하나씩 맡아가시는 모습도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하반기에는 말씀하신 것처럼 불안이 아닌 다른 연료로 잘 해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반기도 화이팅입니다!

  2. 안녕하세요 주연님 좋은 회고록 감사합니다
    오랜 기간 휴식을 취하셨는데 결국 이제는 헛구역질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부담감이 없어진게 이유 같습니다
    주연님만이 깨달으신 마인드컨트롤 방법이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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