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상반기 회고록 -손우진-

벌써 2026년의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절반하고 2개월이 더 지났지만 ..
상반기에 무엇을 했나 정리해보니 굵직한 게 세 가지였습니다. 열화상으로 밸브를 인식해서 로봇이 실제로 작업을 수행하게 만든 것, 그 내용을 국내 논문으로 정리한 것, 그리고 그 사이에 드디어 학부를 졸업한 것.
어느 덧 연구실에 몸담은지도 1년하고도 반이 더 지났네요 뒤를 돌아볼때 시간이 정말 빨리간다는 것이 체감이 됩니다.

이번 회고는 정민님st 처럼 달성한 것과 앞으로 달성해야 할 것, 두 가지로 나눠 적어보려고 합니다.

달성한 것
사실 초반에 작성한 논문작성 계획은 지키지못했지만, 그만큼 보람찬 성과들이 있었습니다. 우선은 현재 진행중인 과제(원자력연구원)를 진행하면서 맡아야했던 역활 그리고 그에 더해서 추가적으로 로봇 Demo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과제에서 제가 맡은 부분은 비가시 환경에서의 밸브 인식이었습니다. 연기나 저조도처럼 RGB로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밸브를 찾아내는 일인데, 여기까지는 어떻게 보면 정해진 일이었습니다. 거기서 추가적으로 로봇이 실제로 밸브를 잡고 돌리는 데모까지 만들었는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인식이 잘 된다는 것과 로봇이 실제로 잡는다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로봇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로봇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는데 데모를 만들다 보니 좌표계부터 하나씩 알게 됐습니다. 카메라가 뱉어주는 pose는 카메라 기준인데 로봇이 움직이려면 결국 base 기준으로 바꿔줘야 하고, 그 사이에 hand-eye calibration이 끼어 있다는 것. 어느 한 곳에서 기준을 잘못 잡으면 팔이 엉뚱한 데로 간다는 것도요.

목표 pose를 알아냈다고 해서 로봇이 바로 그리로 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IK가 풀려야 하고, 특이점이나 도달 불가능한 자세도 피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영규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잘 해결하기도했고 빠르게 습득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밸브는 아무 데나 잡는다고 되는 게 아니어서 파지점을 미리 정의해줘야 했습니다. 이런 준비물들을 하나씩 갖추는 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비가시 환경에서 밸브를 인식하고, 로봇이 실제로 잡고 돌리는 데까지 이어지는 데모를 완성했습니다. 처음 팔이 제대로 밸브를 잡고 돌아가는 걸 봤을 때는 꽤 뿌듯했던 것 같습니다. 인식 결과가 화면 안에서만 맴돌다가 물리적인 동작으로 이어지니 더 성취감도 느끼기도 했구요

그리고 이 내용을 정리해서 한국원자력학회 추계 학술대회에 논문으로 제출했습니다. 큰 학회는 아니지만, 흩어져 있던 실험과 결과를 하나의 논리로 묶는 작업이 저한테는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실험할 때는 다 의미 있어 보이던 것들이 막상 글로 쓰려니 “그래서 이게 뭘 증명하는데?” 앞에서 꽤 걸러지더군요.

마지막으로 그 사이에 드디어 학부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졸업 자체는 언젠가 오는 일이지만 연구실 일과 겹쳐 지나가다 보니 실감이 좀 늦게 왔습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학번을 받고 출발하려하니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정말 연구에 집중 할 수있지않을까요 ? 하하하..

달성해야 할 것

앞에서 잠깐 적었듯이, 연초에 세웠던 논문 작성 계획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마감 급한 일부터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그냥 지나가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게 반복되면 논문은 계속 다음 주로 밀리게 되죠.

Demo인가 Paper인가

그런데 이번 상반기를 지나면서 조금 다른 고민도 생겼습니다.

요즘 로봇 쪽을 보면 결국 실제로 동작하는 것을 보여주는 쪽으로 흐름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논문 한 편보다 잘 만든 데모 영상 하나가 훨씬 강한 설득력을 갖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저 역시 이번에 데모를 만들면서 그 힘을 직접 느꼈고요. 숫자로 설명할 때는 잘 전달되지 않던 것이, 로봇이 밸브를 돌리는 장면 하나로 단번에 이해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데모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결국 신뢰가 가는 건 논문과 함께 나오는 데모인 것 같습니다.

영상만 있으면 잘 되는 장면만 고른 건 아닌지, 몇 번에 한 번 성공하는 건지,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되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인상적인 영상을 보고 나중에 논문을 찾아봤다가 조건이 생각보다 제한적이어서 아쉬웠던 경험도 있고요. 반대로 논문이 뒤를 받쳐주는 데모는 “이게 왜 되는지”와 “어디까지 되는지”가 같이 오기 때문에 훨씬 믿음이 갑니다. 요즘 눈에 띄는 연구들도 대부분 그런 형태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부족한 쪽이 무엇인지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만드는 경험은 이번에 꽤 쌓았지만 제 이름으로 제대로 된 좋은논문을 써본 경험은 아직 부족한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데모가 “된다”를 보여준다면 논문은 “왜 되는지”를 말하는 일인데 말이요 ,,ㅎ

그래서 올해 안에 논문을 쓰려고 합니다

진짜 제대로 된 논문을 한 번 써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해가 가기 전에 꼭 쓰겠다고 여기에다가 작성하면 못박는 거랑 같지않을까요? ㅎㅎ

그러려면 방식도 좀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남는 시간에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연구할 시간을 먼저 잡아두고 나머지를 채우는 쪽으로요. 상반기에는 반대로 했던 것 같기도하고요, 또 마무리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듭니다. 이번에 데모를 완성하고 논문까지 제출하면서 하나 배운 게 있다면, 시작하는 것보다 끝맺는 게 훨씬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거는 매번느끼지만 데모도 마지막에서 시간이 제일 많이 들었고, 논문도 실험이 끝난 뒤부터가 진짜였습니다. 어중간하게 멈춰 있는 일은 아무리 많아도 결국 성과가 되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하반기에는 벌여놓은 것을 늘리기보다 하나를 끝까지 끌고 가는 쪽에 힘을 쓰려고 합니다.

마치며
학부를 마치고 처음 맞는 하반기입니다. 상반기에는 만드는 일에 힘을 많이 썼고 그 덕분에 로봇이 실제로 동작하는 걸 봤습니다. 그 경험이 아깝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제는 그 위에 “왜 되는지”를 얹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들 하반기도 화이팅입니다!

Author: 손 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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