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회고 – 정의철

올해 상반기는 나에게 꽤 많은 변화가 있었던 시간이었다.

작년 IEEE Access 논문을 시작으로, 1저자로서 한 편의 논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하는 전체 사이클을 경험했다. 주제를 정하고 실험을 진행하고, 결과를 정리해 논문을 쓰고, 리뷰에 대응하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겪어보면서 연구를 바라보는 시야도 조금 넓어졌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다음 논문에서는 무엇을 더 신경 써야 하는지를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논문이 합격한 이후에는 인턴과 산학장학생에도 지원해봤다. 연구 주제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서류에서 탈락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였다. 아직 탑티어 논문도 없었고, 눈에 띄는 성과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하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꽤 달랐다.

계속해서 서류 탈락을 경험하다 보니 생각보다 큰 위기감이 들었다. 나중에 졸업할 시기가 되었는데도 지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면 앞으로 꽤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금보다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2월부터 다시 논문 주제를 잡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탑티어 학회 제출을 목표로 했다.

새롭게 시작한 연구 역시 기존에 해오던 Text-Video Retrieval 태스크였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베이스라인을 잡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미 한 번 논문의 전체 과정을 경험한 덕분인지, 이전보다 연구를 진행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돌이켜보면 이번 상반기는 연구실 생활을 시작한 이후 가장 열심히 연구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다만 동시에, 살면서 몸 상태가 이렇게까지 나빠진 것도 처음이었다.

원래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꽤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밤낮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고 있다 보니 목도 심하게 아파서 고개를 좌우로 돌릴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고, 피부 상태도 갑자기 나빠졌다. 음식을 먹으면 속이 불편해 식욕도 거의 없었다. 사실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다. 논문을 쓰면서 스스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데 몸 상태는 계속 악화됐다. 그럼에도 당시 느꼈던 위기감이 워낙 컸기 때문에 연구를 멈출 수는 없었다.

그렇게 어찌저찌 주영님, 근택님과 함께 5월에 논문을 제출했다.

논문을 제출한 뒤에는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때부터는 진행하고 있던 RAG 개발 인턴 프로젝트와 여러 챌린지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RAG 개발 인턴은 올해 1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두 기수에 걸쳐 운영했는데, 첫 번째 기수는 내가 생각했던 방향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나 역시 개발 경험이 있지 않았고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프로젝트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까지 줄 것인가였다.

첫 번째 기수에서는 개발 주제를 비교적 자유롭게 정하도록 했는데,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고 인턴들이 나중에 이력서에 활용하기에도 애매한 프로젝트가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다음 기수에서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기수에서는 내가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했다. 주제는 차량용 Agent와 RAG를 결합해 Agent가 운전자의 다양한 요청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의 문제가 생겼다.

첫 번째 기수와 달리 내가 주제부터 기능, 시스템 구조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서로 만들어 전달하다 보니 인턴들이 계획서에 적힌 내용을 검증하거나 의심하기보다 그대로 구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아직 학부생이고 처음 경험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조금 더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두 번의 개발 인턴을 운영하면서 하나를 배웠다.

너무 많은 자율성을 주는 것도 문제였고, 반대로 모든 것을 정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다음에는 목표와 큰 방향은 명확하게 제시하되, 그 안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은 직접 고민하도록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상반기에는 개발 인턴들과 함께 경진대회에 참가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대회를 찾아봤다.

함께 도전해보고 싶은 대회가 몇 개 있었지만 인턴들의 일정과 맞지 않았고, 주영님 역시 연구실 일정이 바빠 결국 혼자 참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앱과 웹도 직접 만들어보고, 연구와는 조금 다른 형태의 문제도 해결해봤다. 해보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조금만 더 제대로 배우고, 함께 개발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경진대회에서도 충분히 입상을 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7월에는 삼성 SCPC에 참가했다.

삼성 SCPC는 기존에는 알고리즘 문제 풀이 중심의 프로그래밍 챌린지였지만, 최근에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AI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1차 예선에서는 주어진 과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기기 Agent가 사용자의 요청 맥락을 이해하고, 필요한 판단과 실행 계획을 수립해 정해진 형식의 답안을 생성하는 AI Agent Harness를 설계·구현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다행히 1차 예선을 통과해 2차 예선에 진출했다.

2차 예선에는 40명 정도의 참가자만 남았다. 1등 상금은 2,000만 원이었고, 12등 안에만 들어도 200만 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2차 예선의 주제는 Long-Horizon Mobile Agent Open Mission이었다.

여러 세션에 걸쳐 반복되는 모바일 생활 작업에서 Agent가 과거의 경험을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다음 수행에서 사용자의 부담을 줄이며, 목표나 상황, 권한이 바뀌었을 때 스스로 멈추거나 재계획할 수 있는 Android Mobile Agent를 구현하는 것이 과제였다.

특정 도메인이나 정해진 화면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실제 Android 환경에서 설치하고 실행할 수 있는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야 했고, 단순한 챗봇이나 성공 화면만 재생하는 데모로는 요구사항을 만족할 수 없었다.

이전까지 개발 인턴을 운영하면서 Agent 시스템을 직접 설계해본 경험이 없었다면 짧은 시간 안에 이 문제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주어진 기간은 일주일뿐이었고, 공교롭게도 ICML 학회 일정과 논문 리부탈 기간까지 겹쳤다. 결국 충분히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지는 못했고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결과 자체는 아쉬웠지만, 이 경험은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고민하는 데 꽤 큰 영향을 줬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연구를 돌아보면 대부분 이미 주어진 태스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특정 데이터셋과 평가 지표가 있고, 그 안에서 기존 방법보다 조금 더 좋은 방법을 만드는 연구였다.

그런데 SCPC 문제를 풀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정말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는 무엇일까?

그동안 나는 이 질문을 크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가 이미 정의해놓은 태스크와 평가 방법 안에서 연구하고 있었고,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판 위에서 계속 놀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과정을 굉장히 좋아한다. 아마 그래서 연구라는 일이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산업과 기업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은 빨리 기업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실제 서비스와 제품을 만드는 환경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

아직 졸업까지는 약 1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하반기의 가장 큰 목표는 CVPR 제출이다. 다행히 현재 실험 결과가 괜찮게 나오고 있어서 한 번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솔직히 지금 연구 주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우선 이번 하반기에는 CVPR 제출을 목표로 달려볼 생각이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는 인턴에도 계속 도전해보고, 산업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연구가 무엇인지 더 많이 고민해보고 싶다. 그 과정에서 내가 정말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하나 찾고, 졸업하기 전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탑티어 학회에 도전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다.

지난 상반기를 돌아보면 잘한 것도 있고 아쉬운 것도 많다.

논문을 쓰면서 연구자로서 조금 성장했고, 개발 인턴을 운영하면서 사람과 프로젝트를 이끄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여러 경진대회에 참여하면서 내가 모르던 개발 영역도 경험했고, 무엇보다 내가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처음 시작하게 됐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결국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험인 것 같다.

다음에는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문제를 잘 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

Author: 정 의철

1 thought on “2026년 상반기 회고 – 정의철

  1. 안녕하세요, 의철님. 회고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입실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의철님의 고민들이나 생각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 상반기에 굉장히 많은 것들을 하신 것 같아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막상 일을 벌이고 잘 해내지 못한 것들이 많은데, 의철님은 대부분 의도하신대로 잘 수행하신 것 같아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연구 뿐 아니라, 챌린지나 개발에도 투자하시고, 단순히 도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다음 논문에서는 무엇을 더 신경 써야 하는지를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에서 어떤 부분들이 부족했고, 이번 논문을 쓰시면서 시행착오들이나 무엇을 더 신경써야하는지 공유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직 논문 작성 경험이 없다보니, 의철님의 경험들이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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