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2026 하계 URP 프로그램에 참여한 세종대학교 인공지능데이터사이언스학과 이유빈입니다. 8주간의 과정을 마치며 제가 느꼈던 점들과, 앞으로 URP를 고민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후기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1. URP 참여 동기
저는 대학 진학 후 3학년까지 학술적인 것을 제외하고 학생회나 동아리와 같은 경험을 열심히 해왔습니다. 3학년을 앞두고 진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고 다양한 방향성 가운데에서 저의 전공지식이 부족하니 실무적인 경험보다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교수님의 지도와 선배분들과 함께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인 연구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분야를 알아보며 막연히 자율주행이나 로보틱스 쪽 인지(perception)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을 뿐, 실제로 연구라는 것이 제 적성에 맞는지, 컴퓨터 비전이라는 분야를 제가 계속 파고들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학석사 연계 과정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진학을 결정하기 전에 연구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여러 연구실을 살펴보던 중 RCV 연구실의 URP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쪽에서 성과를 내온 연구실이라는 점에서, 제가 관심 있는 분야를 치열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경험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아무런 경험이 없던 상황에서 연구를 해보고 나서 진학을 결정할 수 있는 과정까지도 저에게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에 방학 동안 온전히 시간을 투자해보기로 마음먹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 URP 과정
초반에는 학부에서 배웠던 인공지능 기초를 빠르게 복습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딥러닝 과목을 수강하며 이미 배운 내용도 있었지만, 그 개념들이 왜 등장했고 어떤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인지까지 다시 짚어보면서,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대충 넘기면 뒤에서 반드시 발목을 잡히기 때문에, 아는 내용이라도 멘토분들께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동기들과 토론하며 확실히 하고 넘어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후에는 Object Detection의 기반이 되는 SSD 논문을 정독하며 논문을 읽는 방법 자체를 익혔습니다. AI 도구의 도움 없이 영어 원문을 읽어야 한다는 점, 배경 지식을 전제로 쓰인 글이라 그 배경부터 채워야 한다는 점 때문에 처음에는 꽤 버거웠습니다. 하지만 동기들과 서로 이해한 부분을 맞춰보며 읽어나가다 보니, 이때 익힌 논문 읽는 감각이 이후 챌린지 과정에서 다른 논문들을 찾아 읽을 때 정말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함께 SSD 아키텍처와 KAIST Pedestrian Dataset을 다루면서, 논문을 실제 코드와 데이터로 연결해보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들 URP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3주간의 challenge도 거쳤습니다. 모두가 같은 baseline에서 시작해 각자의 가설을 세우고 방법론을 찾아 성능을 올리는 주라 가장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가장 생소했던 것은 카메라 캘리브레이션이었습니다. 현실 세계의 좌표와 이미지 좌표를 연결하기 위해 카메라의 내부 파라미터(intrinsic parameter)를 구하고, Zhang’s method 같은 방법론과 OpenCV 파이프라인을 다뤘는데, 인간이 보는 세상과 카메라가 인지하는 세상이 다르고 이를 수학적으로 보정해야 한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시간 관계상 이론의 일부만 다뤘지만, 작은 부분이라도 이후 프로젝트에서 카메라를 다룰 때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해서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저희 기수에는 ROS2 주차에 팀 프로젝트로 무인스토어 구현도 진행했습니다. 저희 팀은 여러 대의 카메라와 ROS2를 활용해 스마트 무인매장 시스템의 베이스라인을 구성하는 과제를 진행했습니다. 세 대의 카메라(Jetson Orin 보드)가 각각 영상 획득, 객체 탐지, 장면 분석을 맡고, 원거리 카메라가 진열 상태를 확인하면 근접 카메라가 손과 상품의 상호작용을 잡아내 PICK/RETURN을 판단하고, 중앙 노드가 고객별 장바구니와 가격을 관리하는 구조였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camera → 객체탐지(OVOD) → 장면분석 → 중앙 노드 → 대시보드로 이어지는 데이터 흐름을 ROS2 노드로 직접 나누어 설계해야 했고, 서로 다른 서브넷의 보드들 사이에서 상태만 UDP로 주고받고 영상은 각 보드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등, 이론으로만 알던 것들을 실제 시스템 제약 속에서 구현해야 했습니다.
YOLO-World 기반의 open vocabulary 탐지로 사람, 손, 그리고 상품을 인식했는데, 어떤 상품이 잘 인식되고 어떤 상품이 서로 혼동되는지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확인하며, 결국 펜·가위·컵 세 가지로 상품을 확정했던 과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안경이나 칫솔처럼 잘 안 잡히거나 헷갈리는 것들을 하나씩 걸러내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 해결의 연속이었습니다. 다만 짧은 기간에 주어진 프로젝트였던 만큼, 구상했던 것들을 온전히 구현하기보다 시도해봤다는 데 의의를 두고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3. 마무리
저에게 이번 URP는 진학을 결정하기 전에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습니다. 연구가 제 적성에 맞는지 막연히 궁금해하던 상태에서, 8주를 지나고 나니 ‘이 길을 계속 가고 싶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방향이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잡고 나아가는 힘이 연구에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만약 진학이나 연구를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면, URP는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기에는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며,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투자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만큼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마다하지 않고 끝까지 이끌어주신 멘토분들과, 매 순간 함께 웃음을 준 동기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신 최유경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URP에서 얻은 것들을 앞으로의 연구실 생활과 연구자로 성장하는 길의 좋은 밑거름으로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