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첫 회고록입니다. 올 한 해, 특히 하반기는 지금까지의 제 인생에서 가장 충만했던 시기였습니다. 연구실이라는 낯선 환경에서의 어색함과 설렘, 로보틱스라는 분야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 교수님과 연구원 분들의 애정 어린 격려에 대한 감사함 등, 너무나도 소중한 마음으로 가득 찬 하반기였습니다.
첫 마음가짐
먼저 연구실 진학을 결정하기까지의 저의 마음가짐에 대해 돌아보고 싶습니다. 저는 고민이 너무나도 많은 성격인데요. 그래서 마음이 끌리는 대로 선택하기보다는 각 선택지에 대해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최선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연구실 진학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고민을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최종적인 결정은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됐습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RCV에 진학하지 않으면 어떤 이유로든 후회할 것 같았어요. 역시 사람의 일은 이성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ㅎㅎ
저는 대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인공지능에 참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비교적 일찍 시작한 것 같아요. 저는 굉장히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시야를 넓히고 싶어 URP 이전에는 동아리 활동도 이것저것 해보고 네트워킹에도 열심히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기저기 기웃거려본 결과 인공지능의 방향성은 결국 physical AI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저를 로보틱스 팀으로 이끌게 되었습니다.
연구실에 들어오며
연구실에 들어온 후로는 정말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고양이 책을 통해 컴퓨터 비전의 기초를 공부했고, LLM 프롬프팅 기법들과 VLA 기초 공부 등을 하며 앞으로의 연구에 밑거름이 될 기초 지식을 쌓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로는 SO-101을 가지고 환경 세팅부터 데이터 취득, 모델 학습까지 로봇 러닝의 한 파이프라인을 직접 경험해보았습니다. 이 기간동안 힘든 점들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하드웨어를 만지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정말 기초적인 것들도 모르는 게 많았고, 하나하나 직접 경험해보며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딩을 하다가 오류가 생길 때는 코드만 고치면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만, 하드웨어의 문제는 꼭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어색하고 다루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연구원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나름 재미있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학습된 모델을 deploy 하였을 때, 물론 성공률은 낮았지만 펜 세 개를 통 안에 성공적으로 넣었을 때는 이게 바로 도파민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자신감도 충분히 쌓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연구?
연구실에 들어온 이후로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그래서 내가 뭘 하고 싶은가?”였습니다. 이 힘든 연구실 생활을 즐길 수 있을만큼 재미있는 게 무엇인지 찾지 못해 한동안 고민이 많았습니다. 혼자 끙끙 앓다가 저의 사수님부터 시작해서 저희 팀 팀원 분들께 솔직한 제 고민들을 털어놓게 되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의 두서없는 고민들을 진심으로 들어주시고 길을 잡아주려고 열심히 노력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우선 1월부터는 저의 4학년 1학기 창의학기제 주제로 잡은 Fine-grained OVOD와 RAG를 공부할 예정입니다. 처음에는 Attribute Detection을 먼저 생각했었는데요, 세밀한 탐지를 위해 이 속성 정보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많은 고찰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로봇과는 잠시 멀어진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저의 이 연구가 시뮬레이터나 로봇에 적용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하루 빨리 저의 색깔을 찾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습니다!
2026년에는
새해에는 열심히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의 저는 할 일이 많기도 했지만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보니 스케줄 관리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면서 그때그때 생겨나는 물음표들 또한 시간이 지나면 금방 잊혀지곤 하더라구요. 그래서 새해에는 저의 스케줄과 공부한 내용, 더 생각해볼 만한 내용들을 열심히 기록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심리적으로 힘이 들면 건강부터 나빠지는 체질인데요, 이상하게도 연구실에서는 매일매일이 힘들었지만 몸은 정말 튼튼했습니다. 그만큼, 힘들 때가 있어도 심리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연구실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그래도 앞으로의 건강을 위해 헬스장도 다시 끊고 건강한 식습관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또한 앞으로는 과도한 고민에 머물기보다 일단 부딪혀보려는 자신감과 추진력을 갖춰보고자 합니다. 짧은 연구실 생활이었지만 고민만 하던 시기보다는 부족하더라도 일단 부딪혀보고 시도하던 시기가 저를 훨씬 더 크게 성장시켰음을 느꼈습니다.
마무리
이렇게 저의 한 해를 돌아보니,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많은 사랑을 받은 한 해였습니다. 그만큼 저의 2026년도 매우 기대가 됩니다. 저보다 저를 더 잘 알고 곁에서 이끌어주신 연구원 분들과, 소중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교수님, 그리고 매일 밥 같이 먹으며 소소한 일상과 고민을 함께 나누었던 동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