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9월 27-30일에 다녀온 CoRL 2025 참관기로 오랜만에 X-Diary를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CoRL이 서울에서 열려서 좋은 기회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코엑스만 들어가면 마치 외국에 와있는 것 처럼 …. 수많은 연구자들의 영어로 토론하는 소리에 마치 한국이 아니라 해외로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CoRL 2025는 4일 동안 크게 워크샵 / Keynote / Oral & Spotlight / Demo / Poster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게 섹션이 나뉘어져 있긴 하지만, 28일 점심 이후로는 데모가 계속 진행되어서 자유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학회를 갔던 분들의 참관기를 봤을 때는 여러 oral 발표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어 원하는 것을 골라 들어야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CoRL은 KCCV처럼 한 발표장에서 순차적으로 발표가 진행되어 비교적 편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중국이나 미국이 참여율 1,2위를 차지하는 학회들과 다르게 이번 CoRL은 한국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개최되어 그렇겠지만 중국의 비율이 크지 않은 건 의외인 것 같습니다. 발표자분도 장난스레 당연하지만 놀랍게도 한국이 가장 참여율이 높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ㅋㅋ. 그리고 사전 등록도 조기 마감될 정도로 많은 참여가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로봇 연구가 굉장히 많은 관심을 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Demo
CoRL은 VLA, 강화학습, MPC 등 제가 익히 알고 있던 비전 분야 학회와 다르게 정말 “로봇”에 초점을 맞춘 학회인지라 .. oral이나 spotlight 발표는 저에게 많이 어렵더라구요 ㅎ 그래서 그런지 발표도 다 좋았지만 ! 저는 데모를 가장 재밌었습니다.

복싱 로봇 두 대가 돌아다니면서 사람한테 쨉도 날리고 하던데, 인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ㅎ
(동영상을 올리고 싶은데 안 올라가네요 . . 사진으로 대체하겠습니다.)

저는 저희 팀원들이 랩 세미나를 할 때, 소개해주는 논문들의 데모를 종종 찾아봤었는데요. 공통적으로 들었던 생각이 빨래를 사람이 하는 것처럼 정갈하게 개는 로봇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로봇이라고 하면 가정에 도입이 돼서 사람의 집안일을 대체해줄 수 있는 로봇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중 빨래와 관련된 일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기존의 데모들을 보면 빨래를 거의 꾸깃 .. 하는 느낌으로 많이 개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어느 정도 잘 되는거니까 데모로 보여주는거일텐데, 이 정도면 실제로는 못 써먹겠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근데 이번 CoRL에서 본 데모에서는 빨래를 각 세워서 되게 잘 접기도 하고,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옷을 개다가 로봇이 집지 못하거나 해서 옷이 원래의 모양이 아니라 뭉개져 갈 길을 잃고 책상에 널부러져 있어도 그걸 갤 수 있는 형태로 다시 반복해서 원상복귀를 시키려는 시도를 한 점 입니다. 그리고 결국에 원래 형태로 돌려놔서 다시 빨래 개는 걸 성공하는 것 까지 보고 이전까지 제가 데모를 봤었던 로봇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어 가능한지도 궁금했었습니다. 그치만 그 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데모를 구경하는 거 외에 질문을 하진 못했어서 아쉬움이 남네요.
Poster

3일 동안 포스터를 돌아다니며 질문을 하고 싶어도 너무 잘 모르는 내용들이라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도 막막해서 슬펐었는데요 … 반가운 포스터를 발견하여 찍어보았습니다 ㅎ.ㅎ
제가 작년에 한창 3D detection으로 논문 내고 나서 다음에 뭘 할까 고민을 하며 3D referring 쪽 논문도 몇 개 본 적이 있었는데 CoRL에서 이걸 주제로 한 논문을 볼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그냥 3D referring에 대한 데이터셋 어노테이션을 새롭게 하고, output은 기존 연구와 동일합니다. 다만 이를 실제 로봇을 사용해서 로봇에 활용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로봇 분야로 확장이 되고, 비전 학회가 아닌 CoRL과 같은 로봇 학회에 붙을 수 있는 걸 보니 역시 같은 주제더라도 이야기를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단 위 포스터 뿐만 아니더라도 여러 포스터들을 봤을 때 방법론 자체는 심플하나 뒷단에서 로봇으로 이걸 어떻게 활용하고 보여주는 지를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때까지 봤던 포스터들과 다르게 포스터에 글은 거의 없고 로봇을 이용한 정성적 결과들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위 포스터 얘기로 돌아가보면, 제가 나름 아는 주제라 신나서 이런저런 질문을 했더니 저자가 대답을 해주시다가 어떤 분야를 연구하고 있냐고 스몰톡을 시작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다른 걸 하는데 이전에 3D detection을 해서 referring도 조금 본 적이 있다고 했더니 반가워하시며 그럼 ScanNet 데이터셋도 아니 ? 이거 알아 ? 이렇게 역으로 질문을 하셔서 당황한 기억이 납니다. 제 영어 실력 이슈로 많은 얘기를 하진 못했지만 .. 제일 편하게 이런저런 질문도 하고 설명도 들었던지라 포스터를 보면서 가장 재밌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Keynotes


3일 동안 keynote가 많이 인상 깊었었는데, 그 중에서 tactile 센서가 핫한 토픽인 것 같습니다.
RGB 카메라가 여기서도 기본이 되는 센서인데, 그게 로봇 조작을 위해서 최선은 아니니 우리가 실제 로봇의 동작을 위해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 질문에 tactile 센서가 하나의 방향이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tactile 센서가 전 익숙하진 않지만 로봇 조작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로봇은 카메라로 보는 것 이외에 이 물체가 만졌을 때 실제 어떤 느낌이고 온도 같은 정보를 알아야 넥스트 스텝을 할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꼭 필요한 센서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실 RGB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열화상이 필요하다고 어필하는 제 입장에서 이 흐름이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ㅎ 2차원 RGB만 쓰면 기하학적인 정보를 알 수 없으니 depth 센서나 3차원 포인트 클라우드를 써야하고 .. RGB는 노말한 환경에서로 한정적이니 열화상을 써야 하고 .. 로봇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RGB에서 더 나아가 tactile 센서를 같이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많은 포스터들에서도 이 센서를 RGB랑 같이 사용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로봇이 투명한 물체 같은 것들도 집어야하니 제가 하고 있는 열화상을 쓰는 것도 어필이 되려나요 ? 하하

원익 로보틱스가 tactile 센서를 손가락 끝마다 탑재한 핸드 로봇을 데모를 하기도 했습니다. 물체를 접촉하거나 잡을 때 그 물체의 압력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어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근데 사람 손의 온도가 닿아도 빨간색으로 변하고, 손가락끼리 닿아서 압력이 생겨도 빨간색으로 변하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구분이 되는걸까요 . . . 이것 또한 물어보고 싶었지만 영어로 해야 한다 생각하니 머리가 하얘져서 속으로 삼키기만 했습니다.
느낀 점
학회를 가기 전에는 제가 계속 팔로업하던 분야가 아니라 이해를 잘 못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물론 이해를 많이 못한 건 결과적으로 맞긴 합니다만 … 그래도 생각보다 얻어가는게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활용하는 센서나 방식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제가 하고 있는 연구와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엔비디아 양말과 메타 모자도 얻었답니다.)
해외 학회는 처음인지라 영어로 포스터 발표를 듣는 것도 낯설기도 하고 하루 종일 영어로 익숙치 않은 분야의 지식을 들으려고 하니 쉽게 피곤해지기도 했습니다 하하 그렇지만 팀원 한명은 꼭 붙잡고 돌아다니면서 기초적이지만 제가 잘 모르는 것들을 물어보고 다니면서 논문 내용들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영어 공부는 진짜 해야 할 것 같아요 내뱉는 제 영어 문장들이 너무 하찮아서 민망했습니다 . .
이렇게 학회에 붙어서 자기 포스터 발표를 열정적으로 하는 다른 연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해외 학회를 한번도 도전 못해본게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그저 참석만 하는 거로도 리프레시가 되고 앞으로의 동기부여가 되는데, 제 논문을 직접 발표한다고 생각하면 그 느낌이 배가 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좋은 학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후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