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보내며

안녕하세요 손우진 입니다. 어느덧 연구실 1년차의 끝자락입니다. 돌이켜보면 올 한 해는 거의 모든 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냈습니다. 처음 접하는 것들 투성이라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씩 제 실력이 쌓여가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올 한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해를 돌아보며

상반기

저는 올해 초, URP 동계를 수료하면서 ‘연구실’이라는 낯선 공간에 처음 발을 들였습니다. 연구실이라는 환경, 연구라는 키워드 자체에 적응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상반기에는 21학점이라는 무거운 학업과 연구실 생활을 병행해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기초교육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던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래서 연구에 더 몰입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초과학기를 선택했고, 지금 생각해도 후회 없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제가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배움이 많았고 저에게 있어 필수적으로 필요했던 경험이 가득하였습니다.

여름학기

상반기가 끝나고 여름방학부터 논문 작성 프로세스를 경험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처음으로 국내학회 논문 작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방학을 보냈습니다.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Aerosol(연무환경)에서의 6D pose estimation을 다루는 주제였습니다.

실험 결과를 정리하고 다듬고 논리정연하게 풀어내는 것, 그리고 이를 글로 작성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무척 어렵다는 걸 느꼈습니다. 더욱이 주어진 소스와 모델에 대한 이해 없이는 실험도, 결과 해석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운 건, 남을 설득하기 전에 제 자신을 먼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왜 이 방법이어야 하는지 스스로 납득이 되어야 비로소 글로도, 말로도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를 먼저 설득하고 남들에게 설명하는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동기인 신인택 연구원, 안우현 연구원과 밥을 먹으면서 늘 제가 하는 것을 공유하고 설명했습니다.간혹 가족에게 설명하면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단하다”라는 아쉬운 답변을 듣기도 하고, 친구들 술자리에서는 재미없다고 과감하게 외면당하기도 했습니다.그래도 이렇게 설명하려고 애쓰는 과정 자체가 제 연구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원자력학회 추계학술대회 포스터 발표에서 신입 연구원의 패기로 재밌고 당돌하게 발표했던 것이 저에게 있어 다소 무거운 우수포스터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시금 URP 과정에서 요구했던 ‘배움과 깨달음’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됩니다.
앞으로 멘토의 위치에 섰을 때, 제가 느꼈던 이 경험을 바탕으로 누군가에게 디렉션을 제시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습니다.

하반기

이처럼 학부 수업만으로는 채우기 힘든 부분을 연구실을 통해 채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하반기에는 연구실 일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처음으로 과제에 참여하게 되면서 선배들을 통해 많이 배워나갔는데, 이 역시 처음 하는 일이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절실하게 느낀 건, 일의 사이즈를 정확히 재는 것의 중요성이었습니다. 주어진 일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그리고 지금 내 역량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현실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그에 맞춰 차안도 세워야한다는 것—연구실이 아니었다면 배우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기간 내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제 나름의 설계와 방향을 확실히 정했지만, 일을 처음하게 되다보니 설계대로 진행이 잘 되지는 못했습니다. 제 자신에게 실망도 많이했고 막막함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에대해 차안도 저는 없어기에 다소 늦게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힘겹게 그리고 아쉬움이 많은 결과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경험을 통해 제 일하는 성향도 알게 됐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혼자 앓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혼자 붙잡고 있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절실히 느꼈습니다. 막힐 때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실력이라는 것, 다음에는 팀에 더 일찍 의지해야겠다는 것입니다. 내년에는 보다 계획적으로 준비하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또 하나의 목표입니다.

한편, 하반기에는 저널 논문 작성에도 처음으로 도전해봤습니다. 국내 학회에 냈던 경험을 기반으로 방법론과 문제 정의를 더 세밀하게 다듬고, 스토리라인의 논리를 명확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밤새 실험 결과를 분석하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결과적으로 메이저 리비전을 받게 됐습니다 :(. 리뷰어들이 제 논문의 허점과 빈틈을 하나하나 짚어주었는데, 그만큼 제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리비전 기간은 10일 남짓밖에 없었고,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과제 때의 교훈을 살려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팀원 대부분이 Overleaf에 들어와 함께 리비전을 도와주었고, 덕분에 Accept되어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절대 못 해냈을 겁니다. 다시금 저희 Robotics 팀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사람이 들어온게 신기하여 캡쳐했습니다 하하 🙂 )

국내 학회와는 다르게 처음 겪어보는 리비전이다 보니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논리적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무엇이 더 설명되어야 하는지 이 과정을 통해 논문이란 결국 논리싸움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문장 하나하나를 명확하게 작성해야 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부분과 과감하게 주장해야 할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과감한 문장에는 반드시 그에 맞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모든 문장에 신중함이 담겨야 한다는 것 이번 리비전을 통해 절실히 느꼈습니다.
방학 때 국내 학회 논문을 쓰면서 일련의 작성 과정을 배웠다면, 이번 저널 논문에서는 어떻게 논리적으로 글을 구성하고 설득력 있게 작성하는지를 배웠습니다.

이렇듯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과정을 하반기에도 계속 겪었고, 학부 시험까지 감당하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12월이 된 것 같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지치고 힘들었던 순간도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들이 저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느낍니다. 좋은 결과가 있어서 미화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많이 배웠다는 것입니다. 이 배움들이 저만의 노하우로 잘 다져지길 바라며,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내년을 준비하며

내년에는 Aerosol(연무환경)뿐만 아니라 저조도 환경, 다양한 재질의 물체 등 ‘환경 강인성’이라는 키워드로 연구를 확장하려고 합니다. LWIR을 활용한 6D pose estimation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이번 과제를 하면서 열화상 모달리티가 Foundation model을 통해 어느 정도 이해되고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물론 아직 깊은 분석까지는 아니지만, 내년에 본격적으로 파보려고 합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이번 저널 논문에서 지적받았던 데이터셋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대량의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그 이후 분석과 6D pose 실험을 통해 새로운 배움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로봇팔 통해서 pick and place까지는 하는게 기본이라 그 부분까지 목표로 두고있습니다. 내년에 저를 믿고 우선 목표는 크게 잡아보려합니다. 뭐, 연구가 확신을 갖고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ㅎ

마지막으로, 올 한 해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저와 함께 연구하며 고생해주실 팀원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올해 많이 부족했지만, 내년에는 받은 만큼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환경에서 마음껏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끌어주시는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 2025~

Author: 손 우진

1 thought on “2025년을 보내며

  1. 안녕하세요 우진님, 올해 진행한 연구적인 내용과, 내년에 목표까지 적어주셨네요.
    동기 입장에서 봐도 2025년을 엄청 바쁘게 지내온 것 같아 안타까우면서도 부럽네요.
    저도 그렇고 우진님도 그렇고 연구원으로써 논문을 남기는 것 이외에도 팀적으로, 아니면 스스로의 역량을 파악하는 능력의 관점에서 올 한 해는 서로 배운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석사에 진학하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2025년을 같이 보낸 것 같아서 좋네요. 졸업전까지 잘 지내봅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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