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5년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번 1년은 어떻게 보냈는지 글로 작성해보겠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기업 인턴십을 하며 보냈고, 하반기에는 다시 연구실로 돌아와 석사 3학기를 지냈습니다. 상반기에 다녀온 인턴십 관련해서는 이미 제가 다이어리에 기록해두었고, 연구원 분들 상대로 세미나도 진행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인턴십 경험을 바탕으로 하반기에 보낸 연구실 생활과 관련해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제 다이어리를 모두 보시진 않았을 것 같아서, 인턴십 관련해서 간단히만 설명드리겠습니다. 정확히 1년 전, 저는 네이버 클라우드의 VLM 팀에 체험형 인턴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24년 12월 30일이었나 31일이 지원 마감일이었던 것 같은데, 인턴이긴하지만 기업에 제 경험을 보여주고 또 평가받는 첫 번째 과정이었습니다. 1월 중순 운좋게 합격 통보를 받은 뒤 2월부터 8월 초까지 풀타임으로 회사에서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고, 그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은 인턴십 후기 글을 참고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1. 팀장으로서
인턴을 마치고 돌아온 뒤 저는 팀 내에서 가장 고연차가 되어있었습니다. 이전에는 단순히 선배로서 도움을 많이 주려고 했다면, 이젠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인턴을 마치고 돌아온 시기에 제 머릿속엔 ‘난 어떤 집단의 리더가 될 재목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인데요. 기본적으로 제가 알고있는 저는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하나씩 헤쳐나가며 발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제가 앞장서서 일을 분배하고 관리하는 역할에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팀을 내팽개칠 수는 없으니, 돌아와서는 최대한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전에 과연 팀장의 역할이 무엇인지 좀 생각해보았습니다. 네이버에서는 아무래도 워낙 직원분들이 수 년 째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며 각자가 잘하는 일, 해야하는 일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팀장님은 실무 대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팀 입장에서 검토해야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른 팀과 소통을 통해 무엇을 따내면 되는 것인지, 이 팀이 기간 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조율하는 역할이셨습니다.
사실 연구실은 근본적으로 구조가 다르기에 실무를 하지 않으시는 팀장님보단 한 단계 아래 포지션인 테크리더 분들의 역할을 다시 떠올려보았습니다. 그 분들은 항상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나 자원은 얼마인지 고려하여 일을 분배해주셨습니다. 또한 잘못된 방향이 아니라면 팀원을 믿고 기다려주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왜 잘못되었는지 설명하고, 어떻게 수정해야할지에 대한 통찰력도 뛰어났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항상 다음 스텝을 머릿속에 그리며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냈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가장 중요한 점은 직접 실무적으로 해내는 일이 제일 많으며 그걸 매번 성과로 보여준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점을 떠올리며, 저도 마찬가지로 항상 팀원들이 어떤 상태인지, 각자가 동일 시간 내 얼마만큼의 업무를 해낼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업무가 생겼을 때 단계적으로 누가 뭘 해야하는지 계속 생각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업무를 분배하고 함께 해결해나아가는 한 학기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네이버의 테크리더분들이 보여주셨던 것과 같이 제가 그 중심에서 가장 많은 업무를 하고 결과를 만드는 형태로 진행하였습니다.
8월부터 점차 이러한 구조를 팀에 녹이려고 노력했고, 결국 10월 경 진행했던 과제 미팅 때 나름의 빛을 발한 것 같습니다. 기업에서 이전 결과에 대해 검토를 요구했던 추가 사항들이 있었고, 이걸 해결하기 위해 저는 제가 생각하던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또 팀원들이 잘 따라와주니 힘들긴했지만 문제없이 일이 잘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팀원들이 제 가이드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직적 관여가 아닌 다함께 일을 해결해나아간다는 느낌을 계속 주고싶어 앞으로도 세세한 형태는 지금과 같이 유지하고자 합니다. 최소한 제가 연구실을 떠나기 전까지는 다들 각자의 연차를 뛰어넘는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도와줄 생각입니다.
2. 개인 연구
8월 이후 연구실에 돌아와서는 바로 Audio-Visual Question Answering이라는 task를 잡아 개인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연구 초반에는 마치 URP 챌린지를 하듯 맹목적인 성능 올리기를 시도하고, 성능이 오르면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겠다라는 마음가짐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려대에서 주관한 AI Tech Day에 교수님 추천으로 참석하게 되었고, 해당 행사에서 여러 기업의 AI 분야 실무자, 인사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부스를 열었던 기업은 LG AI, 업스테이지, 삼성전자, SKT, 한화비전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이었고, 저는 그분들에게 최근에 석사 졸업하고 취업하신 분들은 보통 논문을 어느정도 가지고 계신지 여쭤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주변에 유사한 분야로 석사 졸업 및 취업을 한 지인이 많지 않다보니, 요즘 취업하려면 어느정도 능력을 갖춰야하는지 궁금해서 드린 질문이었습니다.
그 분들께서 공통적으로 ‘논문 개수는 다다익선이지만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지원자의 문제 정의 및 해결 과정’이라는 점을 말씀해주셨습니다. 결국 내가 좋은 학회에 논문이 몇 편인지, 그 논문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task에 존재하는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파악하였는지, 또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왜 그 방식을 채택했는지에 대한 명확함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URP 조교를 하면서도 챌린지 기간에 입이 닳도록 학생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이고 당연히 저도 머릿속 한 편으로는 알고있는 내용이었지만,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에 그 마저도 잊고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문제 정의부터 시도하였고, 실제로 이 문제가 진짜 문제임을 보여주는 정량적인 실험으로 시작하며 탄탄한 뼈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논문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방면으로의 분석을 통해 방법론을 설계하면 충분히 좋은 논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열심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논리적으로 떳떳하고 빈틈없는 한 편을 작성해보는 것이 제 졸업 전 목표입니다.
마치며
25년도 회고록을 통해 얕게나마 제가 올해 느낀점을 바탕으로 변한 점과 현재의 마음가짐을 쭉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무언가 하나라도 완벽하지 않으면 마무리는 커녕 시작도 못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성격은 사실 24년도까지의 제 회고록에도 매년 드러나있고, 그렇게 조급하다면서 결국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면.. 정말 조급해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을 쏟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올해 인턴십 기간 중 진짜 시간에 쫓겨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하고 머리를 맞대어 방향을 수정해나아가면 어떻게든 결과물은 나온다는 점을 배운 것 같습니다. 혹시 계실진 모르겠지만 과거의 저처럼 조급함을 느끼는 분이 계신다면 지금처럼 열심히는 하되 그 조급함으로 인해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보시면 좋을듯 합니다. 이것도 좀 성공한 사람이 이야기해야 멋있을 것 같은데 좀 민망하네요. 아무튼 곧 석사 졸업 전 마지막 학기가 돌아오는데,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