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재연입니다. 이번 2025년 여름은 개인 논문 준비 및 URP 운영으로 꽤나 바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URP 기수에는 총괄 조교로 프로그램 운영 전반을 맡았고, 그 과정에서 보고 느낀 점이 많아 후기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어쩌다 보니 조교 입장으로 URP 후기를 남기는 것은 처음이라 이전 기수에서의 제 역할도 함께 돌아보겠습니다.
주차 운영 조교로서의 이전 기수
저는 2023 겨울에 URP 9기에 멘티로 참여했고, 그 다음 기수인 2023 여름부터 URP 조교로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하였습니다. 처음엔 서브 멘토로 참여했다가 그 이후(2024 겨울)부터는 각 주차의 메인 운영 조교를 차례로 맡았습니다. 24년 겨울에는 (지금은 없는 백지오 연구원과 함께)1주차 메인 멘토를 맡아 운영했고, 24년 여름에는 프로그램 2주차, 25년 겨울에는 3주차-6주차의 챌린지 기간의 메인 멘토를 맡았었습니다. 매번 다른 주차를 담당했기에 매 기수마다 운영에 필요한 이론적 내용을 새로 공부하고, 실습 환경 세팅 및 안내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단순히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과 누군가를 가르칠 수준까지 이해하는 공부는 그 깊이가 다르기에 딥러닝 기초 이론과 object detection의 이론적 내용을 깊게 복습하고, 실습 안내 및 해설을 위해 실습 코드 오류 잡느라 밤새 디버깅 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매번 준비할 것들이 많아 정말 힘들었었는데, 그렇게 이론적 내용을 복습하고 코드 수준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들이 지금 저의 기틀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챌린지 운영을 위해 docker 환경 세팅 및 user 권한 설정, kaist 원복하는 과정이 기억에 강하게 남네요., 이 때 유저 및 환경 세팅을 제대로 해보고 원복까지 진행하는게 거의 처음이었어서 많이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docker 환경 설정 시에는 dependency 오류가 정말 많이 나서 stackoverflow를 뒤져가며 에러가 더이상 뜨지 않을 때까지 많은 삽질을 했었습니다. 이 때 체계적인 인수인계의 필요성을 느꼈는데, 막상 인수인계를 똑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설정이 다 끝나서 제가 어디서 어떤 에러를 만났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 다음 기수부터는 원복 담당 조교에게 원복 과정에 대한 기록을 부탁드렸었습니다(고생해주신 이재찬 연구원님께 다시 감사 말씀 드립니다).
어쩌다 보니 7,8주차를 제외한 모든 주차의 메인 조교를 담당해 봤네요. URP 조교로써 해볼 수 있는 운영 경험은 거의 다 해본 것 같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많기에, 저는 다른 연구원들도 URP 조교 활동을 단순히 귀찮은 일거리가 아니라 본인 성장의 기회로 생각하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URP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URP 운영을 위해서는 조교들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일부 조교님들은 URP 운영에 신경을 덜 쓰거나 간간히 완성도 낮은 운영 모습을 보여주신 기억도 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URP 멘토 입장에서도 운영 과정에서 얻어가는 것들이 많았기에, 본인 성장의 기회라 생각하고 프로그램 운영에 열정적으로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내가 맡은 주차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바닥까지 알아야 하기에, 복습하면서 해당 개념/내용/코드를 더 잘 이해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남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에서 다시 보면 의외로 이론적/코드적 이해도가 낮은 지점들이 꽤 있습니다. URP 운영 준비를 하며 이런 약한 기초들을 점검하고 메울 수 있습니다. 챌린지 기간에는 다양한 멘티의 시행착오 과정을 함께 고민하며 본인의 연구 과정을 되돌아보는 기회로도 삼을 수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URP 시즌은 평소에 익숙한 팀원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URP 멘티가 될수도 있고 평소에 소통할 일이 별로 없는 다른 연구원일 수도 있습니다)과 많은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자연스럽게 나에겐 없는 타인의 장점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타인의 단점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모습은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됩니다. 똑같은 챌린지 기간동안 멘티들은 다른 접근법을 고민하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나와, 그리고 다른 멘토들과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 것인지 계속 토론합니다. 이 과정에서 배울 점이 꽤 많습니다.
멘티가 본인의 진행 상황과 고민을 잘 정리해서 전달하기도 하고, 횡설수설하기도 합니다. 평소 생각이 잘 정돈되어 소통이 명확한 멘티는 저를 반성하게 합니다. 소통이 명확하지 않은 멘티도 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나는 연구적/업무적으로 소통할 때 잘 내용을 잘 정리해서 명확히 전달하고 있는가? 나는 잘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횡설수설하고 있지 않은가? 소통이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소통 과정을 개선할 수 있을까?’. 문제 해결 과정에서는 여러 멘토이 각자만의 접근법을 제안해줍니다. 저도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멘티에게 조언을 합니다. 이런 토론 과정에서도 배울 점들이 있습니다.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거쳐 저 솔루션에 도달했을까? 저 사고 과정에서 내가 배울 점은 없을까? 왜 나는 저렇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내가 제안하고 있는 문제 정의 및 해결의 가이드라인. 정말 나는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 등등 생각보다 배욺과 고민의 지점이 많으니, 다른 분들도 이 과정을 연구적 경험치를 쌓는 기회로 활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5년 하계 URP 총괄 조교로써
사실, 저는 여름이 되기 전 이번 기수 URP 조교 명단에서 제외될 줄 알았습니다. 이미 여러 번 조교를 했었고 제 이후 기수로 입실하신 연구원분들의 인원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이미 저희 기수가 두 번이나 URP 총괄을 맡았기에 다음 기수로 총괄 업무가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025 CVPR 학회 참석 도중 URP 총괄 조교로 지정되었고, 학회에서 돌아온 이후 URP 시작까지 1주일이 넘는 시간이 남았기에 급하게 프로그램 준비에 집중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일을 뿌려주고 저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되었던 지난 URP와 달리, 어떻게 일을 분배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할지 주체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는 첫 기회였습니다. 이미 URP가 여러 번 진행되어서 전체적인 틀이 잘 잡혀있는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고민해야 할 지점과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더군요. 각 주차 운영 조교들과 세부적인 일정을 모두 픽스하고, 일정에 맞춰 강의실 예약하고, 슬랙 개설하고, 각 주차 진행 준비 및 진행 상황을 디테일하게 확인하고 피드백 드리고, URP 멘티들 질문 받아드리고, 중간중간 운영 상황 정리해서 교수님께 공유드리고.. 이렇게 보면 딱히 할 일이 많지 않아 보이는데 결과적으로는 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특히 제가 멀티태스크가 잘 안되는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URP 관련해서 할 일이나 정리할 게 끝났으면 거기에서 신경을 끄고 제가 해야 할 다른 일들(개인 연구라던지, 세미나 준비라던지)에 온전히 집중했어야 하는데, 신경이 계속 URP에 가 있어서 정작 제 연구의 효율이 많이 떨어졌었습니다. 때문에 이때는 해야 할 일들을 잘게 쪼개서 타임테이블을 촘촘히 만들어서 업무를 진행했었습니다. 제가 천성 P여서 이렇게 할 일들을 의식적으로 쪼개고 데드라인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효율이 떨어져 평소에 할 일이 많으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인데, 이번 방학에는 정신을 조금만 놓으면 효율이 떨어지는게 느껴져서 의식적으로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제가 연구실 처음 입실했을 때 일을 하는 속도가 처지는 것 같아서 고민 끝에 도입해서 계속 사용하고 있는 방법인데, 아직까지는 이 방법으로 어느 정도 효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더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계속 있어서, 방법을 계속 찾아 볼 생각입니다.
마치며
총괄로써 이번 기수 URP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수에는 특히 멘티들이 적극적으로 잘 따라와 주었고, 멘토분들도 자신의 일처럼 함께 고민 고생해주신 덕분에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모두에게 보람찬 URP로 기억에 남았으면 합니다. 각 멘토 및 멘티분들께 한마디씩 적었다가 너무 길어져서 다시 지웠네요… ㅋㅋㅋ
마지막으로, 함께 운영에 힘써주신 모든 조교님들과 8주동안 열심히 프로그램을 이수하신 멘티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