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회고

안녕하세요. 비밀번호를 바꾼 후 잊어버려 수 십번의 시도 이후 이제서야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 신인택 연구원님께서 저의 24년도 회고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덕에 다시 한 번 그 때의 기분을 상기하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MSDA 연구를 하고 있다고 작성하였는데, 금요일에서야 다시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상반기는 후반기의 계획에 대해 고민하는 한 편, 그 간의 느꼈던 일을 다시 기록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5년 상반기, 우선 든 생각은 갑작스레 석사2년차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가 연구실 들어온 시점에서의 석사 2년차가 아마 제 기억에는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김형준 연구원님이였습니다. 한대찬 연구원님도 아마 막 석사 2년차가 되었을 무렵이였겠군요. URP 시절, 그 시절 흡연장 동지였던 옆 자리에 앉은 김현우 연구원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며 “와, 나와 나이가 비슷한데 참 아는 것이 많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이후 같은 팀이 된 김형준 연구원과 아무래도 연구 과제를 이어받다 보니 많은 소통을 하며 또 느낀 점으로는 “나도 석사 2년차쯤에는 이 정도를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였습니다. 그래도 지금 나름 연구실을 3년 넘게 지내오며, 그 시절에 비해서는 분명 많은 성장을 하였습니다. 아마 초반 연구실의 회고를 다시 보면 개인적인 고뇌 외에도 과제 걱정, 수업 걱정, 취업 걱정, 코딩 걱정 등 걱정이 많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도 나름 어엿 석사 2년차를 오며 되돌아보면 연구자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잘 지내고 있구나하는 뿌듯함도 느끼며, 이제는 또 새로운 고민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남들에 비하면 학부때의 성적이 그다지 좋지는 않습니다. 1학년때는 군대 생각하며 술만 마시러 다녔고, 2학년 때부터 마음을 다 잡았지만 사실 제가 원하는 공부만 열심히 했지, 그 외의 공부는 재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금방 손을 놓았습니다. 그 시절까지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내가 용접을 잘하는 데, 굳이 건축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리고 그 때의 생각은 지금의 취업과 진로 걱정을 하게 되는 시발점임을 몰랐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크게 없습니다. 그래도 교수님께서 URP를 받아주신 이후, 연구실까지 받아주셔 적어도 3년은 재수 시절 마냥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초반에는 내가 연구실에서 가장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연구실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은 당연했고, 주어진 일이 있을 때는 몇 날을 새어서도 마무리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지금 시점에서는 취업이 고민이 됩니다. 물론 제가 준비할 일은 앞으로 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며 영어 성적 하나쯤 준비하는 일입니다. 적어도 지금 컴활과 같은 자격증을 딴다던지, 이런 것이 당장 필요하진 않겠죠. 그렇게 영어 성적은 준비하면 된다 치고, 상반기 즈음에 현대모비스에 연구장학생을 신청해보았습니다. 연구실 입사 동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비슷한 나이대에 같은 학년이였던, 술잔을 자주 기울이던 김현우, 권석준 연구원은 네이버에 인턴 활동을 하며 본인들의 커리어를 잘 착실히 쌓아나가고 있었기에, 미래가 불확실했던 시점에서 연구장학생은 솔깃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자기소개서를 쓰려 하는데 그 흔한 영어 자격증이 지금은 없더라구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연구실 다니면서 영어를 따로 공부하는 그 집중력을 두 부분으로 나누는 일이 아직 잘 되진 않습니다. 하나의 일에 집중하고 그 일이 마치면 집중해야 하는 지금의 제 성격에서 영어 공부를 조금 하다 보면 금방 머릿 속엔 어제 짜던 코드 생각이 나서 다시 접어버리기를 일상, 그렇게 저는 아직도 오픽 시험을 보지 않았습니다 (미국 학회에서 영어하던 꼴을 보면 안 보기도 잘했습니다). 어찌되었든,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이 되겠네요. 이런 사소한 것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과거 친구들과 여행 갈 시에는 분명 버스 시간표와 걷는 거리까지 고려해서 여행 일정을 분 단위로 쪼개어 짯던 그 모습이 그립지만) 모습을 보며 뭐 나는 MBTI P다라고 말하지만, 좋은 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개선해나가고 다시 나의 것을 잘 챙겨가야겠죠.

그런 고민들이 있으며 졸업 논문은 앞으로 어떻게 써야할까와 같은 점을 고민하던 중, 하나의 새로운 이벤트가 생겼습니다. ICCV 2025년에 냈던 논문이 1차 리뷰부터 꽤 낮은 점수를 받으며 제출을 철회했습니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이 연구에 대해 거의 1년 간 지속해왔기 때문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평소 크게 논문에 대한 욕심은 없었습니다. 그 욕심이 없다는 것이 연구자로서의 욕심이 없다기 보다는, 잘 안되면 그냥 ‘아, 내가 다른 사람을 잘 설득시키지 못하였나보다, 다시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연구를 거의 1년 간 해와서일까요, 슬슬 이 연구에 대해서는 마무리 매듭을 짓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다소 낮은 곳에 제출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뭐 연구자로서 한 번 붙지 못하더라도 높은 학회에 제출이라도 해보고 싶었는 그 마음은 해소되었습니다. 사실 아마 발표 당일인 주말 아침쯤에 메일이 왔었는데, 자고 있다 메일 소리에 깨어나 잠시 리뷰를 확인하고, 아 이건 리부탈해도 안되겠구나 하고 한 숨 더 잤습니다. 석준님과 이야기하고 교수님과 전화한 이후, 깔끔하게 리부탈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 번 떨어지고 나면 사실 다른 곳에 내면 되는데, 이 점부터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지금 보면 ICCV에 낸 논문의 퀄리티는 조금은 처참합니다. 그 당시엔 되게 멋있는 글이라 생각하였는데, 시간 지나고 읽어보니 아쉽더라구요.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1년 간 연구를 하다 다시 지금보면 거의 1-2달을 다시 작업하였습니다. 글도 처음부터 새로 다시 쓰고, 실험도 더 보충해넣고, 그런데 철회한 다음 날 쯤이였을까요, 자면서 꿈을 꾸었는데 논문이 떨어지고 그 연구에 계속 같히게 되는 그런 해괴한 꿈을 꾸었습니다.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꿈 생각이 나며 숨이 막혔습니다. ‘이 연구 언제까지 해야하지? 나 지금 새로운 것 파보고 싶은데?’와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아마도 그렇습니다. 석사 2학년이 되며 앞서 말한 현대모비스의 연구장학생이 서류탈락하고, 그러면서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한 연구를 한 번은 진행해야겠다는 얕은 생각도 하였고, 그런 연구를 찾아찾아 실험을 진행 중이였습니다. 이 연구도 쉽지는 않은 연구가 되겠다라고 생각은 하였습니다만, 그 연구를 하다가 갑자기 다시 해당 논문 작업을 하려하니 사실 하루에도 코드를 왔다갔다하며 돌리고, 글을 쓰다가도 다시 Pruning 실험을 돌리고, 그러던 와중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꿈과 함께 숨이 막힌 순간, 제가 실제로는 확실치 않아 이렇게 말하기 쉽지는 않지만, 공황장애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 생각이 들 때 숨이 막히는 것이였죠. 사실 그렇게 갑자기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연구실에 앉아있는 것이 한 동안 힘들었습니다. 이것이 그 당시 보면 논문이 떨어져서라고 보일 순 있지만,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연구장학생을 떨어지며 취업과 진로 고민이 들며 그 이후 연구에 대한 생각이 들며, 이런 것들이 겹친 시기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약 1-2주일 정도는 방황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교수님께서 좋은 기회로 권석준 연구원의 학회를 같이 참여하며 분명 리프레쉬하였고, 돌아오면서는 어찌되었든 또 저렇게 세상에서 열심히 사는 연구자들이 많구나, 나도 다시 한 번 열심히 해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덕에 여차저차,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더라도 다시 WACV에 제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안되면 그것은 역시 저의 역량이 아직 부족한거겠죠. 아쉬움이 있겠지만 사실 저는 흔쾌히 받아들이고 마감지을 것 같습니다. 첫 SCI 논문을 쓰기까지 약 2년, 그 이후 논문을 쓰기 까지 약 1년 반, 역시 연구란 쉽지 않은 것이군요.

상반기를 회고하면 역시 위의 일이 가장 많이 생각납니다. 어찌보면 일 때문에 이런 공황장애와 같은 숨 쉬는게 힘든 적은 처음이였습니다. 이 표현이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보통 힘들다는 공황장애와는 다른 개념이겠지요. 그냥 어떤 스트레스로 인해 (학부시절 게으름에 겪어보지 못했던) 그런 기분을 느끼고 나니 지금은 또 생각해보면 그런 경험을 했음에 감사합니다. 음, 지금도 아직 고민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그 중에선 취업 및 진로와 관련된 고민이 가장 많습니다. 그 걱정들을 하나씩 없애가는 새로운 재미도 있겠네요. 이에 대해서는 아마 하반기 회고 또는 내년 상반기 회고를 쓸 일이 생긴다면, 그 때쯤 자세히 다 풀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그리고 또 하고 싶은 얘기로는 우리나라 나이법이 개정되기 이전으로 보면 어찌되었든 내년에는 서른이더라구요. 사실, 제가 연구실에서 칼로리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사람일 것 입니다. 헬스를 하진 않지만 전 일주일에 꾸준히 1-2회의 풋살과 축구를 합니다. 최근에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서울에서 조기축구팀도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토요일 아침에 이제 개운한 마음으로 조기축구를 차고 오니, 정확히 오늘 아침에 일어나질 못하였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몸살에 누워있었습니다. 특히 예전에는 흔히 말하는 치달 (치고 달리기)를 하면 제가 악을 쓰면 속도로 다 제칠 수 있다고 생각하였는데, 이젠 진짜 안되더라구요. 물론 친구들이 뱃살때문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 말을 하는 친구들은 매일 열심히 운동하는 친구들입니다. 아마 저도 한 몇 개월만 지나도 다시 예전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교수님께서 건강했던 예전의 상인이를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다시 말하지만 저는 분명 연구실에서 일주일에 칼로리를 가장 많이 쓰는 사람입니다. 물론 먹는 것도 그만큼 많지만, 요즘에는 또 그만큼은 안먹습니다. 역시 이런 글을 쓰다보면, 6개월 간 가장 큰 일을 회고해볼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내일 부터는 또 이전에 하던 연구를 지속하며 우현님도 잘 지도해보아야겠지요. 앞으로의 목표는 제 논문 유일 1저자로 한 편, 우현님의 보조로써 또 한 편을 쓰는 것에 집중해보려 합니다. 벌써 7월이면, 시간이 많이 빠르네요. 적어도 3개월 안에는 마쳐야 졸업 논문을 쓸 수 있을텐데요. 잘 달려가봅시다 우리 모두, 감사합니다.

Author: 이 상인

5 thoughts on “2025년 상반기 회고

  1. 안녕하세요 상인님, 리뷰 되게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미국 학회에서 영어하던 꼴을 보면 안 보기도 잘했습니다). ” 이 부분이 너무 웃기네요..ㅋㅋ 최근에 저도 영어 졸업요건 채우겠다고 오픽시험을 봤는데, 세상 그런 저급한 영어를 하고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옆자리에 바로 사람이 있었는데 끝나고 부끄러워서 후다닥 나왔던 기억이 있네요.
    저도 요즘 영어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은데 상인님께서는 앞으로 어떻게 영어공부를 하겠다 라는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2. 연구실의 “벨링엄” 상인 연구원님 회고록 잘 읽었습니다.
    평소 연구실에 출근하면 레알마드리드 선수가 연구하는 모습을 볼 수있어서 그 만큼 축구에 진심일거라 생각했고
    같이한번 공 찰 수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네요 ㅎㅎ
    회고록을 보니“나도 석사 2년차쯤에는 이 정도를 알 수 있을까?” 정확히 제가 상인님을 보면서 느끼고 있는 감정입니다.
    그만큼 보고 배울 점이 많아 같은 팀은 아니지만 늘 배우고싶은 생각이 드네요 최근 논문작성으로 많은 고민이 있는 걸로 아는데 내년 상반기 회고록을 볼 때는 상인님기준의 성공이란 단어를 봤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3. 안녕하세요 상인님 회고록 잘 읽었습니다.
    제가 URP 할 때 총괄조교셨던 상인님, 아니 그 이전에 제가 urp도 하기 전 우연히 학부생일 때 같은 패턴인식 수업을 들으며 봤던 상인님의 첫인상은 솔직한 말로 어나더레벨 같다 연구적 소양이 벌써 한참 앞서 있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요. 그 이후로 연구실에 들어와서 상인님의 여러 세미나와 x-review 등을 읽어보면서 글에서도 특유의 문체가 드러나시지만, 상인님만의 고찰이 참 특색있고 그 고찰을 제가 엿보는 것 만으로도 크고 작은 배움을 얻어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치열히 고민하고 열심히 연구하고 계셨기 때문임을 유추해 볼 수 있으나, 그 이면에선 속앓이를 많이 하셨던 것 같네요.
    그래도 정말 많은 경험에 몸소 부딪히고 나아가시는 것 같아 멋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