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보내며

안녕하세요. 벌써 연구실 생활을 한지 3년이 지났는데, 매년 그래왔듯 올 한 해는 어땠는지 정리해보고, 내년은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글을 간단히 작성해보겠습니다. 저는 이제 석사 2학기를 마친 상태이고, 내년이 정규 학기로서는 연구실에서 보내는 마지막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석사 과정으로서 “개인 연구”에 초점을 맞춰 24년도를 되돌아보고, 내년의 목표를 다잡는 순서로 글을 작성해보겠습니다.

올 한 해를 보내며

올해는 본격적인 석사과정으로서의 첫 1년이었습니다. 수업 총괄 조교도 해보고, 여러가지 제안서도 이전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적극적으로 작성해봤습니다. 또 MM 학회에 제출한 논문이 게재되며 해외도 다녀왔고, 할당된 과제도 주도적으로 수행하며 개인 실력에는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 연구에 관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학부 4학년 초부터 갈망하던 주저자로서의 논문은 아직도 없습니다. 더 큰 일인 것은 논문 작성을 위한 시간이 많았음에도 큰 진전이 없다는 것인데요, 제가 만약 연구실에서의 지난 시간들을 정말 효과적으로, 주도적으로 보냈다면 주저자로서의 논문도 방향성을 잡고 술술 작성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는 뒤로하고, 제가 왜 긴 시간이 있었음에도 논문 방향성을 잡지 못했는지 고민해보았습니다. 몇 년간 하던대로 관심있는 연구 task를 설정하고, 해당 분야의 동향을 파악한 뒤 적절한 문제를 정의하고 분석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학계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어떠한 트렌드로 해결하고 있는지 또는 어느정도 해결된 것인지를 파악하고 , 그럼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일은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고심끝에 결정한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이 오니, 어디서부터 무얼 해야할지 막막했습니다.

정의한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그 아이디어들은 보통 이미 다른 task에서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서베이의 문제일 수 있긴한데, 사실 유사한 모든 task의 방법론을 전부 다 알고 시작할 순 없으니 이를 제 task에 잘 적용하고 녹여내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으로 베이스라인에 아이디어들을 적용하면 성능이 떨어지고, 왜 떨어진지 분석한 다음 그 문제를 해결하자니 또 처음으로 돌아가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도 성능이 잘 안나오면 그냥 그 기법을 버리고 처음 베이스라인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이게 몇 달간 반복되니 어떠한 실험을 해도 기대가 되지 않고 점점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논문을 읽으면서 “다른 방법론들이 다 쓰는 뻔한 contrastive learning이고, 뻔한 augmentation이구나”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그리 참신하지 않더라도 정의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주는 논문들이 왜 인정받는지 계속 깨닫고 있습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사실 저도 아직은 답을 잘 모르겠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논리적 모순이 없는 착실한 방법론을 제안하여 이를 이겨낼때까지 계속 시도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지금까지 시도했던 실험들이 엄청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할 것인가

몇 달 전 교수님께 이러한 제 상황을 공유드렸을 때, 석사라는 학위 자체가 이 어려움을 견뎌낸 사람들에게 마치 증표처럼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조언이 정말 기억에 남았는데, 학사와 다르게 석사는 수동적으로 시간을 보낸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금 마음에 새겼습니다. 3년 전 URP를 하며 머리 아프고 잘 안된다고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시도하면 된다는 교훈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 문제의 스케일이 좀 더 크고 안되는 기간이 좀 더 길 뿐,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보려고 합니다.

현 시점의 저는 아직 논문 한 편을 완벽히 작성할 능력이 갖춰져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그 능력 중 대략 70% 정도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잘 쌓아왔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제부터의 시간들을 “가장 중요하지만 아직 채우지 못한 30%”를 채우기 위해 제 부족함을 인정하고, 성장해나아가는 시간으로 여기려고 합니다. 지금 제 실험이 잘 안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놓아버리고 자책하기보다는 지금의 시간들을 부족한 나의 30%를 채워가는 중이라 생각한다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에 있어 큰 원동력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해가 바뀐다고해서 제가 안하던 행동을 하거나 갑자기 성실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느슨해진 연말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 정도는 필요하겠죠. “이제 새해니까”, “나이 한 살 더 먹었으니까” 하는 특정 이유로 마음을 다잡는 것이 아닌, “그냥” 더 착실하게 잘하는 사람이 되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을 마치며

완전 다른 이야기지만, 저는 최근에 채용 공고를 간간이 살펴보고 있습니다. 요즘 취업이 많이 어렵다는데 회사에서 공고를 올리긴 하는건지, 무슨 분야의 인재를 많이들 찾고 있는지 보고있습니다. 흐름을 좀 봤을 때 자율주행, 의료 키워드로는 꾸준히 공고가 올라오는 것 같고, LLM 개발자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채용중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 주관적 판단이라 정확한 정보는 아닙니다.. 아직 멀티모달 LLM 관련 공고는 상대적으로 많이 보이지 않는데, 원래 LLM이 없다가 최근 등장했듯 제가 졸업할 때 쯤엔 멀티모달 관련 직무가 등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전 주변에 이 분야 지인이 많이 없기 때문에, 저와 비슷하신 분들은 꼭 취업이 목표가 아니더라도 산업계에서는 어떤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용도로 기사나 채용 공고를 틈틈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올 한 해를 “개인 연구” 관점에서 되돌아보았고, 이룬 것도 많지만 이룰 수 있는데 이루지 못한 것들이 많아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일이면 2025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데, 부끄럽지 않은 논문 한 편으로 상반기의 실적을 쌓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uthor: 김 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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