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보내면서 (홍주영)

벌써 저의 박사과정 1년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2024년이 끝나가는 지금,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 2023년 다짐의 달성률은?

지난 해 2023년을 마무리하며, 2024년에 이루길 바란 목표는 2가지였습니다.
본격적인 회고를 작성하기 전 목표를 달성하였는지 점검해보겠습니다.

1️⃣ 저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기 (달성률 ●○○○○)

이 목표는 박사과정 동안 스스로의 동기를 명확히 찾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어떤 연구를 할지 방향을 잡고 그 방향을 위해 나아가려 했으나,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 달성률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박사과정을 마친 이후의 목표조차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합니다. 아직도 회사에 갈지, 연구소로 갈지조차 결정하지 못했고, 이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성찰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게다가 올해는 연구실의 업무를 마무리하는 데 급급한 날들이 많았는데, 이는 평소에도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이며,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 같습니다.

저조한 달성률인만큼 이는 2025년의 과제로 또 가지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다만, 겨울방학 동안 시간을 내어 혼자 깊이 고민하며, 나 자신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정립해야겠다 다짐이 되네요.

2️⃣ 팀원들과 같이 성장하기 (달성률 ●●●●○)

이 목표는 비교적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목표인 듯 합니다. 항상 선배가 되지 못한 것 같아 후배들이 불쌍하다고 느끼곤 해서 설정한 목표인데요, 달성률이 4/5에서 보이는 것처럼 올해는 그런 죄책감에서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습니다.

올해 김주연 연구원의 연구를 제가 얼마나 도왔을지는 모르겠으나, 옆에서 같이 의견을 나누면서 김주연 연구원이 직접 하나의 논문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김주연 연구원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도, 목표가 “같이 성장”하기 였던 만큼, 제 스스로에게도 의미있는 배움과 뿌듯함도 있었습니다.

바로 제안서 작업으로 지칠 즈음, 김주연 연구원과 논문 작업을 할 때 말이죠. 제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임에도 이를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 한창 열심히 공부하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그 때, 제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알게 되는 일을 좋아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했던 이유 역시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었을 때의 뿌듯함 때문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며, 잊고 있던 그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말고도 정의철 연구원이 이번 과제를 잘 마무리했다는 점 역시 제법 인상깊은 부분입니다. 덕분에 RAG 과제를 막을 수 있던 것 말고도, 제가 알려준 내용을 잘 흡수하며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고 혼자 오호라 이놈봐라(?) 했던 기억이 나네요. 덕분에 항상 느껴왔던 죄책감을 떨쳐낼 수 있던지라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 2024년에는 무슨 일을?

1️⃣ 제안서, 제안서, 제안서!

단언컨대 제가 연구실에 들어온 이래로 가장 많은 제안서 작업을 한 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기존과 달랐던 점은 단순히 제안서 작성 서브 포지션에 그치지 않고, 연구 주제를 설정하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을 설계하는 작업도 포함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반기 회고에서 제안서에서의 연구 방향 설정 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전체 과제의 방향성과 내용을 포장하는 과정이 나에게 부족한 것 같다고 작성했었는데, 머지않아 황유진 연구원과 글로벌 기초연구실 작업을 하며 바로 그 부족함을 조금 채워넣은 것 같다 생각이 듭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낀 부분은 최신 연구를 팔로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았다는 점입니다. (이 때 느낀점이 CVPR 학회 참여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최신 연구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어야 다양한 제안을 할 수 있고, 그 제안이 다른 제안에 비해 얼마나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결국 분야를 막론하고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즉,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게 확실히 마음 깊이 새겼네요.

(빨간색) 메인 (초록색) 서브/도움

상단 이미지는 내 연구실 컴퓨터에 저장된 올해 작성된 제안서 목록입니다. 제가 메인 포지션으로 작업한 것은 빨간색으로 표시된 3~4개 정도인데, 나머지 제안서는 왜 저장되어 있을까요? 그 이유는 제가 그림 작업이나 포맷팅을 도우며 서브 포지션으로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능력은 연구실에서 나름 인정받기에 이렇게 다양한 제안서 작업에 어느 정도 관여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점이 대단하게 뿌듯한 포인트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분명 제가 해온 디테일한 작업은 제안서 완성도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임을 잘 알고 있지만, 하지만 “연구자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이 작업이 결정적인 포인트인가?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저의 장점이자 능력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조금 더 연구적인 관점에서, 보다 본질적인 가치가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갈증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서브 포지션으로 기여하는 역할을 넘어, 어떤 연구자가 될지 방향성을 명확히 정하고, 내가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서 연구적인 질문을 받고 조언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를 희망한달까요? 조금 푸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올해는 이런 갈증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2️⃣ CVPR 학회 참여

연구실의 지원 덕분에 논문 없이도 CVPR이라는 세계적인 학회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엄청난 연구자들 사이에서 솔직히 많이 작아지고 위축되는 느낌을 엄청나게 느꼈습니다..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많이 들었지만, 그 감정이 오히려 자극제가 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학회에 다녀온 후, 그동안 “공부해야겠다”라고 다짐만 하고 미뤄왔던 내용을 드디어 시작한 게 그 증거였죠. 갔다와서 바로 클립, 트랜스포머 같은 기본적인 아키텍처부터 선형대수에 이르기까지 아 언젠가 딥하게 공부해야겠다 생각만 했었는데, 드디어 이 내용을 기초적인 내용부터 다시 다지는 시간이 있었죠. 새삼스럽지만 충격요법의 힘은 대단하네요 ㅋㅋ

다만, 거기서 외국의 연구자들과 많이 대화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영어 이슈 + 지식 부족이라는 부분에서 의기소침해져서 그들과 의견을 나눌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이죠. 이는 제가 논문을 꼭 써야겠다고 다짐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논문이 있다면 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여기저기 대화를 시도하며 의견을 나눌 수 있겠다는 확신이 다른 한국인 연구자를 보면서 들기도 했죠.

사실 CVPR에 갔다와서 느낀 가장 큰 교훈은 “진짜, 무조건 학회 논문을 써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네요 ㅋㅋ

3️⃣ 논문 작업

올 해 저의 실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 SCI 공동저자 1건 (IEEE Access, 3저자)
  • 국내학술대회 공동저자 1건 (추계학술대회, 2저자)
  • SCI 공동1저자 1건 (Applied Sciences, 공동 1저자)

2023년에 비하면 꽤 많은 실적을 거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1저자로 작성한 논문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는 개인 연구가 부족해서인데, 거기서오는 아쉬움이 너무너무너무너무 큽니다.

그럼에도 이번 논문 작업에서 얻은 자신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라이팅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걱정이 해소되었다는 점입니다. 특히 김주연 연구원과 함께 공동1저자로 작성한 논문에서, 제가 라이팅에 많이 참여했는데 그 부분에서 큰 성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첫 SCI 주저자 논문을 작성할 때와 비교하면, 이번에는 글을 훨씬 빠르게 작성할 수 있었고, 우리 논문의 Contribution 및 방법론을 포장하는 데도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논문 작성에 대한 허들을 낮춘 경험이었습니다. 그동안 논문 작성이 무서웠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게 이제는 그 두려움이 해소되었습니다.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고, 내년에는 반드시 1저자 논문을 쓸 거라는 확신이 생겼죠. 내년에는 진짜 개인 연구만 열심히 하면 모든 준비는 마친 것 같네요 ㅎ

4️⃣ 과제 마무리

저는 지금도 과제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 특히 이번 과제 마무리 일정은 제법 빡빡했는데, 11월에 리비전을 마치자마자 마무리가 시작되었죠.

  • 리비전 완료 후 신진연구 제안서 작성
  • 제안서가 끝나자마자 RAG 연차보고서 및 기술문서 작성
  • 그리고 지금은 ICAN 연차보고서를 마무리 중

솔직히 연차보고서 작업 자체는 이제 익숙해져서 일이 크게 어렵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 문제는 여전히 큽니다. 과제를 마무리하느라 시간을 끌려다니며, 개인 연구와 엑스리뷰는 물론 최신 연구 트렌드 팔로업도 모두 뒷전이 된 점이 너무 속상하달까요..

특히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겠다고 다짐했음에도, 이런 상황 속에서 우선순위가 밀려버린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런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자기계발과 연구를 놓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내년에는 이렇게 바쁜 상황에서도 시간을 더 잘 관리하고, 최신 트렌드 파악과 엑스리뷰 작성에 꾸준히 신경 쓰겠다는 다짐 그리고 반성과 함께 내년의 변화를 기대하며 이 회고를 남깁니다.

🚩 2025년에는?

🔬 개인 연구 집중 또 집중

2024년 상반기에는 근택, 의철과의 개인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동안 많이 못해온 실험도 많이 하고, 논문도 좀 많이 읽어서 온전한 논문 한 편을 완성하고 싶네요… (하와이까지 가면 물론 좋겠죠 ㅎ ?) 하반기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1저자로 논문 한 편을 쓰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멀티모달 RAG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막연합니다. 그래도 멀티모달과 관련된 연구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것이 현재의 목표입니다. 일단 상반기에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당장 닥친 일에 초집중해보려고 합니다.

⌚ 최신 트렌드 파악

최신 트렌드 파악은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논문을 많이 읽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올해의 가장 큰 목표로 삼게 되네요. 특히, 가볍게 트렌드를 파악한 뒤 깊게 읽고 싶은 논문을 선택하여 엑스리뷰로 남길 계획입니다. 올해는 엑스리뷰를 많이 작성하지 못했는데, 다른 작업 때문이라는 핑계를 내년에는 절대 대지 않으려 합니다. 최신 트렌드 파악과 엑스리뷰 작성은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목표라, 내년에 얼마나 성과를 냈는지 파악하기도 쉬울 것 같습니다. 이 점에서 내년에는 더 체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되네요

🐍 갓생 돌리기

작년 상반기에는 헬스와 수영을 병행하며 운동도 열심히 했고, 영어 공부와 개인 공부도 쉬지 않고 해냈습니다. 매일 6시에 기상해 아침 운동을 거뜬히 소화했던 그 시절이 정말 그립네요….. 하지만 하반기에 논문 작업이 본격적인 트리거인것 같은데, 그 때 이후 허리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고(도수치료비 250만원 돌파중😭), 운동도 중단되고, 아침에는 늦잠을 자며 나태한 생활을 하고있습니다. 연구실에서도 집중력이 흐려졌고, 지방이 그 자체가 되어버린 제 모습도 아주 속상하네요. 작년 초 “갓생”을 살던 다시 그 시절처럼,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 회고를 마무리하겠습니다

Author: 홍 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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