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석사 1학년이 마무리되어갑니다. 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지금, 저의 2024년을 마무리 하는 글을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2024년 하반기를 간단하게 돌아보고, 이후에는 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2024년 하반기
제가 2024년 하반기에 한 것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CRA 제출 완료
7월 초순경, 제 연구실 생활 중 상당 부분을 할애했던 UDA 논문을 드디어 RA-L에 제출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돌이킬 수 없는 기본적인 실수로 인해 리비전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리젝을 당해버렸습니다. 사실 원래 무엇인가 일을 할 때 여러번 꼼꼼하게 점검하고 또 하는 스타일이라 실수를 자주 하지 않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생겨버려서 저 스스로도 많이 자책하고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끌어왔던 논문인지라, 마지막에 서둘러 제출하고 털어버리고 싶었던 제 마음 때문에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RA-L 리뷰어들의 리뷰 내용을 봤을 때 논문 내용 및 contribution 적으로는 꽤나 만족스러운 결과들이 나온지라 조금의 수정만 한 후 새롭게 논문을 제출하고자 결정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몇몇 수정들을 거친 후 9월 중순경에 ICRA 2025 학회에 논문을 제출하였고, 약 1달 뒤인 1월 말에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챌린지
넉넉잡아 10월 한달 정도는 신정민, 이상인 연구원과 함께 IITP에서 주최하는 챌린지에 집중했습니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사용하여 자율주행 관점에서 필요한 여러 기술들에 대한 인공지능 모델을 만든 후 리더보드 방식으로 성능을 겨루는 대회였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이라는 단어와는 역설적으로, 모델의 효율성을 고려하는 지표 없이 정말 성능만을 가지고 비교/평가가 진행되었습니다.
밋밋한(?) 연구실 생활 속에서 오랜만에 이런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지라 저희 3명 모두 즐기면서 재밌게 대회에 임했던 것 같고, 결과적으로도 3등이라는 좋은 성적을 달성하게 되어서 뜻깊었습니다.
ICCV 논문 작업 시작
몇몇 바쁜 일정들 속에서 틈틈이 올 하반기 내내 진행했던 것은 ICCV 논문 제출을 위한 실험입니다. 사실 시작할 때의 목표는 이렇게까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과제의 sci 실적을 하나 막아야 하는 관점에서, 상인님과 저랑 같이 contribution을 1개 만들어서 엮어서 과제를 위해 털자! 가 시작이였습니다. 하지만 저와 상인님 둘 다 연구실 생활을 몇 년 하다보니 눈이 너무 높아져 버렸습니다. 이것 저것 진행하면서 논의하다 보니 점점 더 스케일은 커져갔고, 그래서 어쩌다보니 저희의 목표는 ‘석사 과정 동안 메이저 한편 도전은 해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ICCV 에 도전해보게 되었습니다. 논문 투고 데드라인이 3월초인지라, 최종 contribution 실험 완성을 1월 초순까지 완료하고 이후에는 부가적인 실험들을 진행하며 글 쓰기에 돌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로, 방향성
저는 고민, 걱정이 정말 많은 사람입니다. 2가지, 혹은 n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할 때 ‘내가 고른 선택지가 꼭 최선이였으면’ 하는 강박 뿐 아니라 ‘만약 내가 선택한 것이 최선이 아니라 차선, 혹은 차선도 아니라면 어쩌지?’ 라는 걱정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언가를 진지하게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선택지에 대한 비교를 끊임없이 하고 그제서야 겨우 하나를 고르는 타입입니다. (심하게는, 예를들어 저녁으로 족발을 먹자! 라고 결정이 났음에도, 어떤 가게에서 시켜야 가격/리뷰이벤트/구성/맛 등이 좋은지를 최소 10개 이상의 가게를 비교하느라.. 시간을 3~40분씩 소모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저의 성향은 이제껏 제가 살아오며 했던 대학 진학, 연구실 진학 등의 과정들에서도 반영되었고, 석사 졸업을 1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석사 졸업 후 저의 방향성에 대해서 확실하게 결정할 수 없게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문장력이 조금 부족한 거 같은데,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냥 지금도 계속 고민/걱정 중입니다.
석사 졸업 후 회사를 가는 선택지에 대해서는, 물론 취업 후 돈을 더 빠른 시점부터 벌고 조금 더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죠. 하지만 주변인으로부터의 긍정적인 영향과 이를 통한 시너지 및 성장을 믿는 저로써 석사 졸업 후 회사를 간다고 했을 때, 과연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일명 큰 우물(기업) 을 갈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최근 나라 경제가 좋지 않기에 기업들은 실제로 신입들을 잘 뽑지 않는 경향들이 있고, 제가 메인으로 연구하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는 더더욱 투자가 줄어 현재는 비교적 취업이 쉽지 않은 분야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박사 4~5년을 투자해서 제 역량과 실력을 갈고닦을 생각도 있고, 당장 취업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목표는 절대 없기에 이렇게 보면 박사를 진학하는 선택지도 괜찮아 보입니다.
다만, 이렇게 박사 진학을 결정하면 되나? 라고 생각을 했을때에는 또 걱정이 앞섭니다. 이는 ‘행복’ 이라고 하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 때문입니다. 물론, 연구를 하는게 불행하다기 보다는, 석사졸업 후 취업을 하는것이 상대적으로 조금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저 스스로 생각했을 때 i) 박사 과정을 진행하며 여러 난관들을 겪고 역량을 쌓아나가는 나, ii) 석사졸업 후 취업한 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종종 여행을 즐기는 나, 이렇게 2가지 선택지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두번째 선택지가 저에게 있어서는 조금 더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석사 졸업 후 회사를 가자니,,, 언젠가는 ‘연구’ 에 대한 갈증이 다시 생길 거 같아 또 걱정이고, 이러한 걱정들이 도돌이표처럼 제 머릿속을 멤돕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작성하고 나니 회고록인지 미래에 대한 걱정인지 정체성에 혼란이 옵니다. 하지만 저 말고도 이런 고민을 하셨을 연구원 분들도 있을테고, 앞으로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연구원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충고나 조언, 피드백 등등 모두 환영입니다 허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건설적인 2024년 보내셨길 바라며, 202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