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재연입니다. 얼마 전 AI로봇연구소 인력양성사업의 일환으로 네이버랩스 권재운 연구원님의 초청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기록을 나누고자 합니다.
초청세미나는 ‘네이버와 실제 세상의 물리적 연결’이라는 주제로, 전반적으로 네이버랩스에서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기술들을 소개하였습니다. 한 두개의 주제를 깊이 다루는 느낌보다는, 네이버랩스라는 회사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 기술 및 분야 전반을 짧게 다루었습니다.
네이버랩스는 네이버의 R&D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로, 2010년대 중반부터 로보틱스 및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수행하여 다양한 로봇 및 연구 결과를 공개해왔습니다. 2023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으며, 최근 완공된 네이버의 두번재 데이터센터 각 세종에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데이터센터 전용 로봇을 투입해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합니다.
네이버와 네이버랩스는 굉장히 다른 성격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는 클라우드, 인터넷, 포털, 엔터테인먼트 등의 it 계열 개발업무는 하는 성격을 띄는 것으로 보이는데 반해 네이버랩스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AI, 디지털 트윈, AR 등을 연구합니다. 저도 막연히 ‘기존에 it를 하던 네이버가 왜 로보틱스 및 자율주행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구원님에 의하면, 네이버는 기존에 PC 및 모바일 환경에서 제공/운영하던 많은 서비스를 실제 세상에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네이버랩스에서 연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술꼭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 Data : Digital Twin
- Localization : AI & Cloud
- Service : Robot, Autonomous driving
디지털 트윈의 경우, 서울 도심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측량 및 거리/항공 뷰 데이터를 기반으로 메가시티 규모의 가상적인 공간을 모델링하는데 성공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뮬레이션(시간에 따른 그림자 변화, 홍수 시뮬레이션 등)이 가능해졌다고 합니다(네이버랩스의 도시 단위 디지털 트윈 제작 솔루션을 ALIKE라고 합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사우디 사업을 수주 한 듯 합니다). 이러한 outdoor환경 뿐만 아닌 indoor 환경에서의 디지털 트윈 구축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디지털 트윈 기술 위에 Cloud 및 로봇의 AI 인지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기술을 결합하여 디지털 트윈과 로보틱스 기술을 연결할 수 있어 다양한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실내외 디지털 트윈 기반 AR,로봇, 스마트 빌딩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측위 API를 제공하는 ARC 시스템).
인상깊었던 내용은 네이버랩스가 이러한 기술의 테스트보드 목적으로 건설한 빌딩 1784였습니다. 모든 지역에 단차가 없는 등 로봇친화적 빌딩으로 설계된 빌딩으로, 해당 빌딩에서 다양한 로봇을 실제로 운용해보며 수직적인 공간 이동에 대한 테스트보드 역할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가 따로 마련되어있으며(사람이 타는 엘리베이터를 로봇이 이용하는것이 대단히 비효율적이라고 합니다) 로봇이 택배 배달 등 서비스를 하며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1784가 수직적 공간에 대한 테스트보드라면, 최근에 완공된 네이버의 2번째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수평적으로 넓은 테스트 보드 역할을 함께 수행하며, 스마트시티 등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전초기지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자율 주행 기술 등을 자유롭게 테스트해보기 위해 규제가 상당한 발목을 잡는데, 부지를 확보함으로써 이런 규제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졌다고 하네요.
네이버랩스는 다양한 목적의 로봇을 제작해 공개하였습니다. 주요 로봇으로는 사람과 안전하게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양팔 로봇인 엠비덱스(AMBIDEX),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과 5G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인 루키(Rookie), (스타필드나 코엑스와 같은)대규모 실내 공간 디지털 트윈 구축을 위한 3차원 정밀 매핑 로봇인 M2, 드로잉 로봇인 ARTO-1 등이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동영상을 찾아보시면 꽤 재미를 느끼실 것 같습니다.
세미나 발표 이후에는 다양한 질답이 이어졌습니다. 연구원님께서 평소에 로봇 팔 관련 연구를 하시는 분이라 특히 그쪽으로 더 자세한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연구되고 있는 로봇들이 이슈를 해결하여 실제 출시되기까지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하셔서 아쉬웠습니다. 또 로봇이 안전하게 일상 속으로 들어오려면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는 점이나, 로봇 팔의 관절 궤적에 의한 제약으로 6자유도가 아닌 7자유도로 구현한다는 점 등 평소에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점들도 고민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미나를 듣는 동안, 네이버가 웹상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실제 물리적 세상에 연결 구현하여 스마트 시티를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실제로 이 목표 구현을 위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보통 이런 선진 기술들을 개발하는 것은 Google과 같은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한국에서도 이렇게 기술에 대한 열망이 있는 기업이 있는 게 다행이라 느껴지네요.
평소에 로봇 연구자들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실제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게 될지 생각을 해보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나중에 실력 있는 엔지니어 / 연구자가 되어 이런 기술들을 직접 고민해보고 만들어서 출시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드네요. 평소에 고민해보지 못했던 점들을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세미나였습니다.
이런 좋은 세미나 자리를 마련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