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 회고@정윤서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는 2024년 상반기 동안의 회고 글을 작성하고자 합니다. 이번 2024년 상반기에 있던 이벤트라고 하면 제 인생 5번째 졸업과 동시에 6번째 입학이 있겠네요. 교수님이 최근에 올려주신 ‘학문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젊은 학자들을 위하여’을 보면 ‘인생은 너무나 많은 우연들이 필연적인 조건으로 작용함으로써 다양해 지며, 동년배 학우들이 각기 다른 진로를 선택함으로써 전혀 다른 인생길로 접어든다는 사실에 놀라울 것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그 문장을 깊이 공감하게 되는 년도인 것 같습니다.

회고 글을 작성하기 위해 상반기동안 있었던 일들을 회상해보고자 했는데, 원체 망각을 잘 하고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놓친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몇 년 전까지는 일기를 작성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일기가 주는 부정적인 이슈도 있다보니 요즘은 잘 작성하지 않게 됐네요. 여담으로 우리가 기억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험을 할 때에 뉴런들이 랜덤으로 활성화되는데, 그 때 활성화 된 뉴런들을 그대로 활성화 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닐수도 있구요)


무튼, 서론이 길었습니다. 상반기에 있었던 일들을 나열해 보자면 생애 처음으로 학회에 참관도 해보고, URP 메인 조교도 해 보았으며, 잠깐 Stereo matching 관련 논문을 준비하다가 OCR로 돌아오게 되었고, 조금이지만 제안서 작업도 해 보았으며, 처음으로 영어로 논문을 작성해 국제 학회에 투고도 해보았습니다.

위에 서술한 일들을 하면서 (작년에 비해) 정말 많이 혼?났던 것 같습니다. ㅋ ㅋ. 물론 연구실에 1년 이상 있었는데 혼내주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 입니다만, 그만큼 스스로 많이 부족함을 매 순간 깨닫고 이를 채우려고 하는 일들을 반복했습니다. 특히 자기 주관과 관련한 지적을 많이 받아왔는데, 연구실 생활에서도 그렇고 결국 제 인생에 있어서도 확고한 주관,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생각해보면 비단 연구실 안에서 가져야 하는 주관 뿐 아니라 일상 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주관도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저에게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가벼운 질문을 한다고 하더라도 답하는데 힘이 듭니다. 이런 좋지 못한 특성은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것인데, 지금은 그나마 좀 나아진 편인게 주관식이 아닌 양자택일 질문. 가령 여름이 좋냐 겨울이 좋냐는 질문에는 그리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

그럼 왜 이렇게 주관이 부족할까. 이유를 꼽아보면 제 자신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의견을 말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때면 내 의견을 말하기보다는 남들의 생각이 내 의견과는 조금 다를지라도 끄덕여 넘기는 것이 더 편했기 때문도 있겠습니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제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결과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해 지금 맞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번 방학동안 혹은 그 이후로도 꾸준히 생각하고, 판단하고, 제 자신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늘리고자 합니다.

추가로 자기 주관 뿐만 아니라, 시간 관리도 미흡함을 많이 느낍니다. 근 몇 달 점심 시간이 다 되갈 때쯤 출근하여 잠깐 일하다 점심을 먹고 와서 잠깐 앉아있으면 저녁 먹을 시간이 되기에, 출근 시간을 좀 당겨서 아침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마음은 계속 갖고 있었습니다. 다만 당일 아침만 되면 그 마음이 바로 사그라드는게 문제였는데요,, 엉망인 수면 패턴이 원임임을 알지만 건강한 패턴으로 돌리는 것에 힘이 많이 듭니다.. 아무튼, 좀 더 힘내서 건화와 함께 (의사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ㅎ) 일찍 출근해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안서 작업을 할 때도 그렇고 수업 조교를 할 때도 그렇고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 독이 됨을 느낍니다. TMI지만, 고등학생 때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한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연구실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꼼꼼하지 못하고 덜렁대는 습성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는데요, 시험이나 과제 혹은 그 외에 일에 대해 꼼꼼하지 못해 생기는 실수 같은 것들은 다 오롯이 저만 손해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구실에 들어와서 조교 일이나,, 제안서 같은 공적인 일들에서 덜렁대버리면 이슈이기 때문에 좀 더 집중력, 주의력을 길러보고자 합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에 건화에게 소위 차안대라고 불리는 경주마들의 눈가리개를 사용해보는 건 어떻냐 물어봤는데, 구리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사담이었구요,, 정리하자면 지금까지는 무질서 상태를 유지하며 잘 살아왔지만 이를 합리화하면 안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올해 들어서는 꽤 오래 손을 대지 않고 있던 책을 다시 펼쳐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퇴근하고 글 읽는 습관을 들여놔서 나중에 책 말고 논문을 읽는 식으로 하고 싶었는데, 자극적인 책들에 맛을 들여버려서 ㅋㅋ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활동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정적인 취미를 하고, 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활동적인 취미를 가져야 한다는데, 정적인 대학원생 신분으로 정적인 독서 취미를 얻어버려 고민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엉 망 진 창 으로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원래 반듯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도 돌아보면 엉망진창인 법이니까요….

상반기 끝난 기념!으로 남은 2024년 하반기 더 열심히 달려보고 싶습니다. (like 경주마) 물론 달리면서 길 잃지 않게 해야겠죠. 달리기라는 행위에 집중해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를 놓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남은 하반기 동안 모든 RCV 연구원분들 이루고자 하는 일들 다 이루길 바라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Author: 정 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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