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I-24 학회 참관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번 주 다녀왔던 2024년도 AAAI 학회 참관기를 작성해보겠습니다.

우선 저희 팀은 이번 AAAI에 <VVS: Video-to-Video Retrieval with Irrelevant Frame Suppression> 논문이 accept되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학회는 밴쿠버에서 열렸고, 매일 오전 08:30부터 저녁 21:00까지 일정이 빼곡히 차있었습니다. 이 중 오전부터 저녁까지는 Oral 발표 및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며, 마지막 두 시간만이 포스터 세션이었습니다. 저희는 2/23 금요일에 발표를 진행하였으며 많은 타 연구원들의 방문 아래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 위주로 참관기를 적으면 좋을지 고민해보았는데, 먼저 국제 학회를 최초로 경험하며 느꼈던 생생한 체험기와 소감 순서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 국제학회 체험기

우선 Oral 발표나 포스터 발표를 보며 느낄 수 있던 연구 트렌드를 먼저 말씀드리고 넘어가겠습니다. 올해 AAAI에 게재된 논문의 키워드는 “GNN”과 “Diffusion”, “LLM”이었습니다. 학회 특성 상 컴퓨터비전 뿐만 아니라 자연어 처리, 머신러닝, 강화학습 등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논문이 있었는데 GNN과 Diffusion의 개념은 이곳저곳에서 사용되고 있었고, GPT-4와 같은 LLM을 자신의 task에 잘 녹인 연구들 뿐만 아니라 LLM 의 특성 자체를 연구하여 단점을 개선하는 논문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럼 체험기를 작성해보겠습니다.

밴쿠버는 서울보다 17시간이 느립니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 또한 10시간 가량으로 꽤나 긴 편이고요. 그래서 사실 빠른 시차 적응을 위해 출발 전 날 밤을 새고 가야하나.. 등등의 체력적인 부분과 관련된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출발 전 제안서 작업과 포스터 발표를 준비하다보니 그런 고민의 결론을 내릴 새도 없이 출국은 코앞으로 다가와있었고, 결국 시차 적응에 대한 대비는 전혀 없이 캐나다에 도착하게 됩니다. 제가 몸이 커서 그런지 캐나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자리가 좁아 거의 뜬 눈으로 길고 긴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에도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잠을 얼마 못자는 날도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여행이었다면 다음날 쉬면 된다는 생각으로 편안했을 것 같은데, 포스터 발표 및 학회 참석 일정을 소화해야한다는 생각에 심적 부담이 더욱 크게 느껴졌었습니다.

아무튼 다시 돌아가서, 캐나다에 도착한 뒤 마주치는 모든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전에 해외여행을 몇 번 다녀온 적은 있지만 아메리카 쪽은 처음이었기에 새로운 문화와 언어에 대해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꼭 알아야 할 캐나다의 문화는 광진님이 많이 알고계셨기에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지만, 낯선 상황들에 직접 적응하는 데에는 며칠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출발 전에는 영어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막상 도착하여 키 큰 외국인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대화하는 것을 보고나니 Oral이나 포스터 세션 때 과연 그들의 말을 이해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학회는 밴쿠버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되었고 스케일이나 시설은 KCCV가 열렸던 코엑스보다 조금 더 크고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주최 측에서 참석자들의 편의를 위해 다양한 툴들을 제공하였는데, 학회는 실내에서 진행되기에 코트나 짐을 맡길 수 있는 서비스, 앱을 통한 네트워킹 지원 및 일정 알림, 일정에 대한 세부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 운영 등등 정말 몸만 와도 학회를 제대로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많은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렇게 감탄을 하며 첫 날 개회식에 참석하게 됩니다. 개회식 때는 운영위원들이 나와 올해 AAAI 학회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었고, 그 동안 저는 Oral 세션 일정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다른 학회의 Oral 발표가 일반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AAAI Oral 일정이 좀 특이했던 것은 KCCV처럼 한 장소에서 일련의 발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Computer Vision, NLP, Machine Learning, Safe AI, AI for Social Impact 등 분야의 Oral이 병렬적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입니다(여기서 Safe AI와 AI for Social Impact는 저희가 VVS를 제출한 Main Track과 더불어 AAAI에 존재하는 다른 트랙들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어떤 룸에서 Computer Vision 발표를 듣다가 다음 시간에 NLP 논문 발표를 듣고싶다면, 시간에 맞춰 빠르게 다른 룸으로 이동해야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룸마다 이전 발표가 지연되거나 발표자가 오지 않는 등 다양한 변수가 있었기에 룸을 이동했을 때 이미 그 발표가 끝나있는 상황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체 게재된 논문 중 99% 이상이 Main Track이었는데 Safe AI와 AI for Social Impact의 Oral 발표도 Main Track과 동등한 비율로 배정되어 있었다는 것이 Main Track 논문이 실질적으로 좀 더 도움되는 저에게는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개막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Oral 세션을 들으러 가게 되었습니다. 예상했던대로 원어민들의 영어는 너무 빨라 거의 절반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는 원어민이 아닌 분들의 영어 발표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특히나 도메인이 다른 연구의 발표는 거의 발표자료를 감상하는 느낌으로만 들을 수 밖에 없었던 것들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논문이랑 맞춰가며 열심히 들은 결과 저자의 사고 과정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유익했고, 논문 외적으로도 발표 스킬이나 자료 구성 방식 등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Oral 세션보다는 포스터 때 제가 관심있어하는 분야의 논문 저자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더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매일 650개 가량의 포스터와 10개 정도의 기업 데모가 저녁에 발표되었고, 정말 포스터 세션장은 화기애애했습니다. 전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연구 분야를 주제삼아 재미있게 토론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저도 뭔가 현장 분위기에 휩쓸려 이전에 마음먹었던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딱히 분야와 맞지 않더라도 재밌어보이는 task가 있으면 설명을 들어보고 그 사람에게 제가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설명해주기도 하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포스터 세션에는 한국인 연구자분들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카이스트나 포스텍, 서울대 분들이셨고 중앙대, 한양대, 성균관대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와중에 저는 영어로 외국인들과 대화하는 경험이 더 중요할 것 같아 외국인들의 포스터만 일부러 찾아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한국인분들에게 가서 괜히 말이라도 걸고 인사해보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다들 아시겠지만 학회에서는 추후 연락을 위해 다들 LinkedIn을 활용합니다. 그렇기 떄문에 나중에 어떠한 학회든 참석할 기회가 생긴다면 계정을 미리 만들어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발표가 없던 날에는 자유롭게 포스터를 둘러보며 저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VVS 포스터 발표가 있던 둘째 날은 아침부터 저희 포스터를 걸고 틈틈이 발표 연습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할당된 공간이 좁아 세 명 모두 서있을 수는 없었기에 실전에서는 근택님이 주로 발표를 맡고, 중간중간 광진님이 채우는 형태로 진행을 하려 했습니다. 물론 저도 일찍부터 발표 준비는 되어있었습니다. 다들 피곤한 상태에서도 열심히 발표를 준비해 드디어 VVS의 포스터를 다른 연구자들에게 소개할 시간이 되었고, 계획대로 근택님이 발표를 주로 진행하였습니다. 중간에 근택님이 다른 포스터들을 둘러보게 되어 광진님이 자리를 대신 채워주었는데, 제가 흔치 않은 발표 기회에 욕심(?)을 좀 보이자 광진님께서 발표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발표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양보해주셨습니다. 광진님이 이 글을 읽으실진 모르겠지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ㅎㅎ

제가 서있는 동안 한국인 3명과 외국인 1명이 다녀갔고, 한국인분들께 저희 연구를 소개해드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들 열심히 제 설명을 들어주신 덕분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운 좋게도 실전에서 한국어로 예행 연습하는 기회를 몇 번 얻었고 그 덕분인지 이후 외국인분이 오셔서 영어로 설명할 때는 긴장이 많이 되었지만 막상 실전에 닥치니 꽤나 수월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그 분이 설명 중간중간 질문을 계속하셔서 제 흐름대로 하지 못해 당황스럽기도 하고 영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되묻는 상황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그 분이 좋은 연구라며 칭찬도 해주셨고 여러 질문을 거치며 잘 이해하고 가신 것 같아 보람을 느꼈습니다. 영어 발표 뿐만 아니라 다른 포스터에 가 대화할 때도 느낀 것이지만 순간순간 드는 생각과 질문을 즉석에서 영어로 매끄럽게 말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말하기 연습을 미리미리 하는 것도 나중에 어떠한 일이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네요.

무사히 포스터 발표를 잘 마치고 마지막 날은 첫 날과 동일하게 Oral과 포스터 발표를 듣고 마무리했습니다. 저희 포스터 발표를 마친 뒤라 부담을 덜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소감

앞선 체험기를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작성하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아직 학회에 참석해보지 못한 연구원분들도 간접적으로나마 학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학부생 시기에 경험하기 굉장히 힘든 국제 학술대회에 논문을 제출했다는 사실 자체가 자랑스러웠고, 이후 accept 및 실제 학회 참석 기회까지 얻게 되어 이른 시기에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대규모 국제 학회에 한 번 참석해보니, 논문을 열심히 써서 좋은 학회에 붙는 것의 가치 중 한 측면을 느낄 수 있었고, 이번 학회 참석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의 확장과 생각의 확장을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통해 흔치 않은 경험의 기회와 많은 지도를 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논문 accept을 위해 긴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하신 조원, 임근택, 이광진 연구원님께 고생하셨다는 이야기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Author: 김 현우

1 thought on “AAAI-24 학회 참관기

  1. 우리 연구실에서 메이저 학회를 가장 빠르게 경험한 김현우군에게 큰 기대를 해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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