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주 금요일인 2월 2일자로 논문 리비전이 마쳤습니다.
물론 아직 최종 Accept난 것은 아니지만 논문 쓴 과정을 담아 보고자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내일부터는 한전 과제 연차 보고서를 작성해야하는데, 한전 과제는 연구실 들어와 처음 맡은 주 과제이지만 진도보고서와 연차보고서 마감일이 항상 추석과 설날 이후라, 이번에는 설날에 고향에 들리고자 열심히 해봐야겠지요.
약 5-6달 이전부터 논문 작업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SCI급 논문을 목표로 형준님의 졸업 논문을 이어 받아 작업을 시작했던만큼, 2.5D PD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실험 도중 조금의 문제를 찾아 다시 2D PD로 방향을 틀었으며 이 과정으로 약 1달 조금 넘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자, 다시 2D PD로 돌아와 실험을 돌리던 중, SoTA급의 성능을 보고 내면에서 유레카, 이제 논문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실험까지 다시 1달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혹자는 실험 결과만 있으면 논문은 뚝딱 아니겠나라고 생각할테며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제 글 쓰기 위한 정말 사소한 시작입니다. 성능은 어쩌면 좋은 논문임을 보이는 좋은 반증이며 동시에 논문을 쓸 수 있는 증표이기도 하지만, 성능이 잘 나오는 것만으로 논문을 쓰기만 하면 된다는 아니더라구요.
우선 위에서 언급하였지만 큰 문제점은 형준님의 논문을 이어 받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내 연구 분야에 대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또는 새로운 방향을 찾아 실험을 진행하고, 성능을 보며 논문을 작성하기엔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형준님의 모듈을 이어받아 코드를 수정하는 수준의 작업이었기에 실험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또한 이전에 IPIU 논문을 작성하며 실험을 진행하는 방법은 익혔기에 다소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려하니, 큰 하나의 문제점에 봉착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쓰지?” 해당 성능은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였지, 어떤 문제점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KCCV 다녀온 석준님의 말을 빌려 Top-Down 방식으로 논문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단순히 성능을 높이고자 이, 그, 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였을 뿐 위에서 말한 내 연구분야에 대한 문제점을 발견하거나, 또는 새로운 방향에서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일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요즘 관심을 가지는 Few-Shot Object Detection의 논문을 많이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모두들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딥러닝 모델은 모두 Large-Data 덕분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는 Object Detection에서도 상통하는 바이나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좋은 성능을 보이지 못한다. 이전 연구들은 어떻게 하였으나 어떤 문제점이 있었고, 우리는 이를 해결하고자 다음을 제안한다. 제안하는 방법은 이렇게 동작하며, 성능을 통해 이를 보인다.” 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제 글을 써보자면 “PD는 중요한데, 저조도 상황에서 좋은 성능을 보이지 못한다. 이를 극복하고자 Thermal를 상호보완적인 센서로 활용하는 Multispectral PD 각광받으며 기존의 방법들은 이렇게 동작한다. 나는 다음을 제안하고, 이렇게 동작하며 성능이 좋다”
위의 글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점은, 기존 방법론들의 문제점 또는 새로운 관점에서 시작했냐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았죠. 그렇기 때문에 글을 시작하려니 아,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우선 한국어와 영어로 Introduction을 쓰기 시작하니, 시작부터 삐거덕거렸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나조차 명확지 않으니, 다시 말해 내가 내세우는건 내 방법의 성능이 좋은데, 그 성능은 무엇때문에 좋은지도 명확지 않다보니 말의 앞뒤도 안맞기 시작하고 Introduction을 다 쓰고 Method로 넘어가다보니 다시 Introduction과 상통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연구와 논문은 Top-Down 방식이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결국, 논문의 글은 정민님과 태주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실험은 혼자서 모두 진행하였고 시각화 자료들도 만들었으나 글을 쓰기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종일 글을 쓰고나서, 다시 읽다보니 스스로도 납득이 안되어 다 지운 날들도 있었습니다. 한 번 느꼈으니 다음부턴 개선되겠지만, 초등학교 중학교때 몇 번 글 잘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금의 논문의 글 쓰기도 우습게 보았던 스스로가 비참해지더라구요. 결국, 논문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첫 제출까진 완료하였습니다. 그 많은 일들은 막상 실험 성능 다 뽑고나니, 글의 어떤 부분을 증명하고자 또 다른 Ablation study도 진행해야했고, 시각화 자료들도 몇날을 걸리며 만들어야 했으며 시각화 자료를 만들고 나면 자료에 대한 캡션도 달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표를 넣으려는데, 오버리프는 처음 써보아 이전 RCV 연구원분들의 표를 가져와 수정해보며 수많은 에러를 만났고 그때마다 현우님의 도움도 컸던 것 같네요. Introduction-Related Work-Method-Experiments-Conclusion의 글이 다 쓰여지고 나니 (다 쓰여지는데만 2달은 족히 걸렸지만) 제출에 앞서 Cover Letter도 작성해야하고, 개인 CV도 만들어야 하는 등 오버리프 내 글 하나 뚝딱 쓰고 끝나는 일은 아니더라구요.
위 한 문단에서 논문 쓰는 과정이 담겨 있지만, 정말 쉽지는 않았습니다. A를 쓰고나니 이를 증명해야했고, 그러기 위해 시각화 자료를 뽑고 이를 PPT로 수정하며 캡션까지 달고 나면 하루, 다시 다음날 B를 쓰고나니 이는 추가 실험이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 다시 추가 실험을 진행하면 3-4일, 절대 혼자서 글을 다 썻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실험 등에서 혼자 한 과정도 많았기에 정말 모든 과정을 혼자했다면 더욱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중간에 번아웃이 와 일을 하기 싫은 날도 있었고, 이를 극복하고자 며칠은 학정, 카페를 옮겨 다니며 일을 진행했었습니다. 그러다보면 다시 중간에 과제도 챙겨야하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치뤄야 했으며 사소한 잡무들도 많았죠. 온 신경까지는 아니여도 많은 부분이 논문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예전에는 잡무 등으로 몇날 며칠을 보내어 주와 부를 구분하지 않고 일을 한 날도 있었지만), 정말 여차저차 논문의 첫 제출까지는 마무리되게 되었습니다.
아마 연구를 진행한지 오래되신, 즉 연차가 높으신 연구원분들께서는 나름의 고충 등을 겪었을 것이지만 아직 논문 작성을 해보시지 않은 저와 비슷한 신입 연구원분들께는 이 많은 과정이 있고, 해당 과정을 적어도 미리 한 번씩 생각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성능이 안나오면 글을 못쓰지 않냐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했을 떈 그보다도 내 방법을 설명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니라면 그 떄는 글을 쓰는 것이 더 어려워집니다. 이는 곧 정말 글을 쓰는것이 아닌 글을 만드는 작업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돌아와 여차저차 제출 후 다시 다른 일을 하다보니, 얼마 뒤 리비전이 왔습니다. 리비전은 리뷰어에 대응하는 것이니 리뷰가 오고난 이후 하면 되지 않나 생각 했었지만, 정말 리비전을 한 주말 포함 7일 정도는 하루 4시간 안팎자며 일해서 겨우겨우 맞추어 끝낸 것 같네요. 어렵지 않게 보았는데, 알고 보니 이 리비전 동안 그 글의 양이 논문의 1/3편은 분량은 다시 쓰고 추가 실험도 2개 정도 진행하며 동시 다발적으로 하다보니 정말 쉽지 않더라구요. 이 과정도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추가적인 실험이 있다면 미리미리 해놓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논문을 쓰고 난 이후 다이어리를 쓸 때는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막상 제가 느낀 점을 표현하고자 하니 떠오르지는 않네요. 내일부터 다시 연차보고서 쓴다고 며칠 힘들고 나면 개강 이전 조금 쉬고 재충전해서 석사 입학과 동시에 하고자 했던 연구 분야에 맞추어 많은 논문과 동시에 많은 실험들도 진행하며 알찬 2년을 보내보려 합니다. 많이 느낀 점은, 앞으로의 나와 동시에 저년차 연구원 분들에 많은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더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처음 저널을 작성했을 때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번아웃도 심하게 왔었습니다. 또한 논문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저 혼자의 힘이 아닌 교수님과 여러 연구원님들의 도움을 크게 받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논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던 그 경험들이 저의 다음 연구 및 논문에 도움이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상인님의 이번 논문도 비록 혼자의 힘만으로 작성한 논문이 아닌 여러 연구원들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논문이지만 그 과정에서 겪었던 많은 일들과 생각, 과정들이 앞으로의 또 다른 연구를 수행하고 논문을 작성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힘들겠지만 잘 해봅시다:)
상인님 고생 많았어요.
이번 논문에서 개선된 방법이 워낙 나이브해서 이에 대한 증빙이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큰 방향도 여러 번 변경되어서 힘들었죠 ㅠㅠ
제 경험으로도 이번 논문은 어려움이 많았어요. 큰 고비를 처음부터 겪은 거니, 큰 자부심을 가지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구실에서 까다로운 두 명 상대하면서 그 두 명이 요청하는 수 많은 실험들을
문제 없이 하나씩 헤쳐 나가신 점도 자부심을 가지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연구도 이번처럼만 꿋꿋이 헤쳐 나가기만 한다면 충분히 더 좋은 성과 내실 수 있을거라고 확신 합니다. 다음에도 잘해봅시다ㅏ
항상 늦게까지 남아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드디어 그 결실을 맺은 거 같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작년 이맘때 쯤 같이 IPIU논문을 투고했던 거 같은데, 저보다 먼저 국제 논문 owner가 되셨네요.. 배아프고(농담) 부럽지만 그만큼 상인님이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이니 충분히 owner가 될 자격이 있으십니다.
저도 곧 뒤따라 가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석사 2년동안 연구 분야는 비록 다를지라도, 같이 communication도 많이 하면서 함께 성장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