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마무리를 하며 다뤘던 글 이후로 간만에 글을 써보려고하니 약간은 어색하긴 하지만, 앞으로 이런 종류의 글을 쓸 기회가 많지 않기에 늦게나마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올해 상반기는 처음으로 학사 과정, 석사 과정과 같은 “~과정” 이 아닌 석사 후 연구원 신분으로 지내왔습니다. 박사까지 할 생각이 있었던 제가 박사 과정 입학 전 석사 후 연구원으로 지냈던 이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작년 입시가 좋지 못했고, 교수님께서 제게 다음 학기 박사 입시를 위해 연구실에 머무르며 준비 하라는 배려를 해주신 덕분이었습니다.
석사 후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초점을 두었던 것은 당연히 박사 입시였습니다. 저는 병역 문제를 전문연구요원 제도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고, 이 제도에는 나이에 제한이 있어, 최대한 빨리 박사 입학을 해야 좀 더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 순위로는 연구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전에도 그래왔듯이 연구의 우선 순위가 높은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이전에는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 에 초점을 두었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좀 더 “연구실을 위한 연구” 에 초점을 두었었습니다.
잠깐 다른 얘기로 새자면, 제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아서 모르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사실 저는 정이 많고 미련이 많은 편입니다. 일례로 1년 전쯤에 제 벽돌 노트북을 잘 사용하지 않게 되고 새 노트북을 사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판매를 고려했었으나, 같이 3년을 함께한 친구를 보내는 것 같아서(😅) 차마 팔지 못하고 지금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보니, 올해 상반기에는 4년간 지내왔던 연구실을 떠난다는 생각에 사실 다소 뒤숭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으려고 해도 흐르는 게 시간이다 보니, 이렇게 과거에 정이나 미련이 많은 성격을 가지고 살아오면서 한 가지 생각해오던 것이 있습니다. 항상 현재는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 미련이 남는 과거가 되기 때문에, 미련이 많은 미래를 만들지 않기 위해 매 순간의 현재에 최대한 미련을 남기지 말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조만간 연구실을 떠난다는 생각에 뒤숭숭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미련을 남기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 고민의 답은 제가 배워왔거나 경험했던 것들을 최대한 연구실에 남겨둠으로써 연구실이 계속 성장하며 지속해 나갈 수 있도록 기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답을 생각해내고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다른 인원들이 하고 있는 연구 물어보기 였습니다. 주로 연구실 들어온 지 얼마되지 않은 인원들이 있는 436호에서 퇴근하기 전 1시간 정도 쓰면서 각자 하고 있는 연구를 물어보고 도움이 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답해주려 했었습니다. 사실 한 동안 거의 매일 그러면서 어떤 날은 2시간 가까이 쓴 날도 있기에 모아보면 짧은 시간이 아님에도 이런 행동을 했던 이유는 제가 느끼기로 직접적인 피드백이 연구 생활 초기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연구실을 처음 들어왔을 땐 교수님 방과의 층이 같다보니 교수님께서 자주 저희 방으로 들어오셔서 여러 조언을 해주셨었습니다. 그 때 받았던 자잘하지만 실시간의 피드백들 덕택에 아무것도 모르던 연구 생활 초기에 경험치를 쌓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모티브로 삼아 도움을 주고자 했었는데, 도움이 됐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연구실에 기여하기 위해 하려고 했던 것은 개인 연구하는 것 도와주기 였습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것이며 가장 가까운 예비 졸업생과 저희 팀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아직 제가 메이저 학회/저널에 게재된 경험은 없지만, 시도는 상대적으로 많이 했었기에 그러한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다른 인원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함이었습니다. 물론, 교수님께서 연구 미팅을 통해 개인 연구에 대해 피드백을 주시긴 하지만, 교수님께서 가지고 계신 물리적인 시간에도 제약이 있어 매일 피드백을 주시긴 어렵기에 그 중간 다리로써의 역할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원하는 모든 인원들의 논문을 봐주고 싶지만, 매일 보기엔 저도 시간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불가능했기에 어느 정도 우선 순위에 따라 일부만 돕게 되었습니다. 그치만, 지금 제가 돕는 분들이 각 팀의 후배 혹은 연구실 내 다른 인원들에게 경험을 나누고 그들이 또 다른 인원들에게 나눈다면, 연구실 전체에게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위 두 가지 외에도 상반기 동안 ITRC 제안서 작업, CVPR 부터 ICCV 까지의 논문 작업, 박사 입시를 위한 논문 작업 및 면접 연습 등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상반기를 정리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들을 다루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이 내용들 보다는 위 두 가지가 다른 분들께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위 두 가지 만을 다루고자 합니다. 제가 연구실에 기여하고자 했던 방식이 실제로 도움이 된 분들은 미래에 저와 같은 생각이 들 때,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시거나 혹은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 방식을 사용하셔서, 연구실이 오랫동안 성장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조원군을 언제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