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지능기전공학부 스마트기기공학전공 20학번 손건화 입니다. 2023년 동계 URP 프로그램을 마치고 이번 3월부터 연구실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URP 프로그램 시작 직전까지 개발과 연구 사이에서 고민해왔기 때문에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제 후기가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지원 동기]
개인적으로 3학년을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진로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주전공이 인공지능이긴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인공지능 분야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대학원이 필수라는 얘기가 있기 때문에 솔직히 3학년 1학기까지는 대학원 진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개발 분야에 더 비중을 두었지만 1년동안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을 수강하면서 분명 재밌는데, 준비하고 있는 개발 분야보다 인공지능으로 더 가고싶은데 이걸 대학원을 진학해야 한다는 것만으로 포기하는 것이 맞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고민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동계 URP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공지를 보고, 연구의 길을 더 원하지만 연구가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로 진학을 결정하기에는 확신이 없었던 저로서는 연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대학원을 진학한다면 computer vision 분야를 원했기 때문에 rcv 연구실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URP 과정]
이번 기수의 URP 프로그램은 대략 아래와 같은 흐름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1주차 : 인공지능 이론 / 실습
2주차 : SSD 논문 읽기 / PASCAL VOC Dataset 원복
3주차 : KAIST_PD Dataset 원복
4-6주차 : 성능 개선 Challenge
7주차 : Camera grabber
8주차 : Calibration
학부 수업으로 인공지능을 수강한 제 기준으로 가장 먼저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은 SSD 논문을 읽을 때 부터 였습니다. 살면서 논문을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 처음으로 읽어보는, 심지어 영어로 된 논문을 읽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동기들과의 스터디를 통해 구조와 흐름을 이해하고 논문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이해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추후에 제공되는 코드를 보면서 논문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 직접 어떻게 구동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이후부터는 SSD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로는 Dataset에 대한 원복을 진행하고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성능개선 Challenge를 3주동안 진행합니다. 이 주간이 연구라는 것이 어떤건지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모델에 대한 문제점을 찾고 정의해서 분석한 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논문을 찾아 구현을 해서 성능을 낸다는 일련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저는 문제 정의를 하는 것이 어려움을 많이 느꼈는데 그 이유는 이 부분이 문제인 것 같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아무 방법이나 사용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이 문제인 것 같은 이유와 실제로 문제점이 맞는지, 맞다면 어떤 근거로 문제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량적/정성적 분석이 모두 존재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이 정말 문제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을 설득할만한 근거를 생각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던 부분이였습니다.
기나긴 성능 주간이 끝나면 데이터 취득을 위한 Grabber와 Calibration 주차가 시작됩니다. 이전 주차까지 성능 개선을 위해 몇십번씩 들여다보았던 데이터를 취득하는 과정을 조금이나마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하드웨어적인 요소가 들어가는 주차이다보니 task도 재밌게 수행하면서 총 8주의 URP 과정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느낀 점]
제가 8주동안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자괴감,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어떻게 이번주 task를 해나가야 할 지에 대한 걱정들이었습니다.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URP를 하면서 ‘난 왜 이렇게 못하지’라는 생각을 인생 살면서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흔히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들 말씀 많이 해주셨지만 서로 옆자리에서 뭐하는지 다 보이는 상황에서 참지 못하고 봐버리고 혼자 많은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남들과의 비교보다도 간단한 코드 구현도 못할 때, 논문을 봐도 이해가 안 갈 때, 새벽까지 남았는데도 task를 끝내지 못할 때 등등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순간에 스스로 능력이 부족하단 생각이 드는 것이 못 견딜 정도로 울적했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곤 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은 걸 느꼈던건 성능 개선 마지막 주 였습니다. 정해져 있는 정답과 끝이 없는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헤쳐나가야하는 연구라는 과정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연구와 개발이 어떻게 다른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고 연구가 적성에 맞는 일인지 고민해보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기들이 없었다면 이 과정을 혼자서 해낼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모자란 저를 내팽겨칠 수도 있었을텐데 끝까지 같이 가자고 이끌어줬던 동기들을 만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저는 원래 공부 스타일이 꼼꼼하지도 않고 완벽하게 다 이해하는 편도 아니었습니다. 이정도면 됐겠지 하고 넘어가곤 했는데 URP 초반까지 진행했을 때 이렇게 공부해서는 매주 세미나에서 아무것도 발표할 수가 없고, 저 스스로 발전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확 들었습니다. 그래서 노션을 활용해서 진행 과정을 적어놓고 새로 배운 내용과 추가적으로 찾아본 내용들을 종합해서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이정도면 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 때면 의식해서라도 그 문제에 대해 최소 20분은 붙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 성향이 한번에 바뀌는게 아닌지라 여전히 허술한 점이 많지만 좀 더 저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URP를 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들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좀 더 잘하고 싶었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진행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에 후회가 남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마치며]
좋은 기회주신 최유경 교수님께 우선 감사드립니다. 또한 매일같이 잘못된 길로 가려는 저를 붙잡아주신 권석준 총괄 조교님을 비롯한 모든 조교님들께도 감사 인사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8주동안의 모든 과정을 함께한 9기 동기분들 정말 수고많았고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다고 인사 전하면서 글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