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백지오입니다.
벌써 8주간의 URP를 마치고 3월부터 RCV LAB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전역 후 한 달도 쉬지 않고 URP, 대학원 진학을 함에 있어 많은 걱정과 고민이 있었지만, URP를 거치며 오히려 기대와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URP 지원 동기
저는 조금 특이하게도 고등학교 때부터 특성화고로 진학하여 프로그래밍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배우고, 개발자로서의 성장을 꿈꾸다가 AI를 배우고 싶어 대학교에 진학하였습니다.
때문에 수학적인 부분이 다른 대학생들에 비해 매우 부족하였고, 공부하는 방법도 잘 몰라 1학년 때부터 무작정 혼자 AI를 공부해 왔습니다.
2학년으로 올라서며 최유경 교수님의 인공지능과 기계학습 수업을 수강하였고, 교수님과 AI 분야로의 진로에 대한 몇 차례의 상담을 가졌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제가 “AI 엔지니어(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AI 연구자”가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보라 하셨고, 저는 고민을 안고 군대에 입대하였습니다.
당시에 막연히 학부연구생을 희망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교수님께서 <대학원생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도서를 추천해 주셨는데, 이 책이 연구자의 진로에 대해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군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개발자와 연구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였습니다. 개발은 학교와 대회 등에서 경험해 본 것을 토대로 어느 정도의 적성과 실력이 있는지 가늠이 되었지만, 만약 제가 연구를 한다면 적성에 잘 맞을지, 어떤 모습의 미래를 맞을지 정말 막연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이들이 만든 기술을 발전시켜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는, 제가 직접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창조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고, 위에서 언급한 도서 등에서 엿본 연구자(대학원생)의 삶이 제게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역을 앞두고 RCV LAB에서 2023년 동계 URP가 진행된다는 것을 알았고, 연구에 한 번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URP를 통해 연구자라는 진로를 선택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고민을 하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의 어떤 부분들은 제 생각과 비슷하였고, 어떤 부분들은 달랐습니다. 덜컥 대학원에 진학하였다면 이런 부분들을 온전히 감당해야 했겠지만, URP를 통해 더욱 고민을 가지고 결정을 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URP 과정을 거치며
URP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첫 2주간은 머신러닝 기본 이론의 복습과, SSD라는 논문의 구현을 진행합니다.
다음 4주간은 KAIST PD라는 특정 데이터와 문제를 부여받고, 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합니다.
마지막 2주는 카메라 그래버와 캘리브레이션이라는 다소 생소한 것들을 배우는데,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혼자서는 배우기 어려운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첫 2주간 진행되는 내용은 사실 대학교 생활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난도가 높긴 하지만, 주어진 내용들을 학습하고 과제에 적용하는, 다소 수동적인 부분면이 있습니다.
다만, 차후 이어질 과정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험만 좋은 성적을 받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그야말로 세세한 부분까지 깊이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부터 연구를 일부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다음 4주간은 앞에서 배운 내용들을 기반으로 KAIST PD라는 데이터셋에서 아무런 자료 없이 스스로 성능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그야말로 연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파트입니다.
누군가 알려준 좋은 방법, 역사적으로 검증된 방법을 배워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스스로 어떤 부분을 개선할지, 어떤 방법을 적용할지 고민하고 적용하여,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꼼꼼한 실험과 기록의 중요성, 논문 선정하는 법, 문제를 정의하는 요령 등을 비롯해 연구의 많은 부분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2주간은 카메라 그래버, 캘리브레이션이라는 컴퓨터 비전 연구에서 데이터 취득 부분에 사용되는 것들을 배웁니다.
연구를 진행할 때 본인이 머신러닝 연구자라고 해서 모델만 알고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취득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기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URP 과정을 통해 연구 사이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경우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연구를 체험해 보며, 어떤 부분들은 제가 예상한 것과 비슷하거나 쉬웠고, 어떤 부분들은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저에게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직접 체험해보지 않고는 알기 어렵기 때문에, 만약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대학원에 진학하고서야 연구를 아는 것보다 URP를 통해 미리 경험하는 것이 정말 큰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느낀 점
지난 8주간 하루하루가, 제게 있어서 평생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본 적이 있나 싶은 나날들이었습니다.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 딴짓하지 않고 집중한 시간, 공부한 양과 수준… 무엇 하나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나가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숱한 실패를 겪으며 받는 스트레스보다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의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힘들다는 생각보다 재밌고 잘 맞는다는 생각과 함께 URP를 진행하였습니다.
결국 URP의 핵심은 그 과정에서 얻는 지식이나 경험보다도 “느낀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 꿈꾸는 삶의 모습과 적성이 다르기에, 같은 URP를 겪어도 느낀 점만큼은 모두가 다를 것입니다.
저는 URP 과정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꼈고, 연구자로 사는 것이 행복하겠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만약 본인이 연구라는 진로에 대한 호기심이나 열망, 혹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꼭 URP에 도전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최유경 교수님과 바쁜 와중에도 성심껏 과정을 진행하며 도와주신 선배님들, 힘들 때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함께해 준 URP 9기 동기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