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온 만큼 정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비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가뭄과 더위를 식혀주는 단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편함과 불쾌함만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비라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연구는 비와 같은 존재입니다. 한편으로는 메마른 소양을 적셔준 단비이자, 불타던 열등감을 식혀준 단비 같은 존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규칙적인 삶으로 인한 불편함과 또래에 비해 느린 사회 생활로 인한 불안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정리하자면 저에게 있어 연구는 나를 구성하는 아이덴티티이자 스트레스의 주된 요인으로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례적인 폭우가 온 올해 상반기는 박사과정이라는 제 인생의 한 줄기를 결정해야하는 순간인 만큼 연구의 무게는 폭우와 같이 느껴졌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외적인 요인들도 함께 더해져 제 정신 상태가 많이 불안정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정말 다행히도 극도로 불안정했던 시기에 교수님께서 먼저 일주일 동안 가족들과 지내고 오라는 제안을 해주셨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어느 정도 불안정했던 감정을 해소했습니다.
사실 제 불안감의 요소 중 가장 큰 부분이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누구는 부모님 고생하셨다고 용돈 쥐어드리며 해외 여행 보내드리고, 어느 누구는 비싼 안마의자 해주었다고 자랑하고… 그런 와중에 부족한 경제 능력을 가진 전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한다는 무기력감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가족과 휴식을 보내는 것이 맞는 판단일까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가족과 휴식을 보내고 보니 가족들에게 제가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부모님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들로써 든든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고, 일부라도 부모님의 삶을 지탱해주는 한 요소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안감을 가장 자극했던 요소에 대한 해결책이 가족에게 있었던 거죠.
감정적인 서두가 길었네요. 정리하자면 저에게 있어 상반기는 불안한 시기였고, 이를 가족들과의 대화와 휴식으로 해소하고자 하였다 라는 것이고, 지금은 어느정도 회복하고 열심히 나아가고자 하는데 잘 안되네요 ㅋㅋㅋ
제 연구 측면에서 되돌아보면, 많은 일들을 한 것 같습니다. 중기청 과제에서 파생된 2개의 논문을 출판하고, 원전 과제를 통해 하나의 과제를 수주하는 프로세스를 겪어보기도 하기도 했습니다.
그치만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김형준 연구원의 말을 빌려 저를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게으른 완벽주의자 라고 합니다. 좀 더 성실했더라면 계획대로 앞선 성과들을 이루고, 더 좋고 많은 결과를 내었을 텐데…
그래서 다음 하반기에서는 성실을 주된 목적으로 하여 계획과 다짐을 하고자 합니다.
또한 하반기에서 이루고자하는 목표는 크게 4가지로 구성됩니다.
- Multispectral small object detection. 한전 과제를 성과를 목적으로 하며, 작은 물체에서 단점으로 동작하는 IoU와 최근 연구 트렌트에서 활용되는 small object에 대한 마스킹을 gt로 활용하여 알고리즘을 설계할 예정입니다.
- psuedo-rgb를 활용한 환경 강인한 image retrieval. 기본 연구 과제에 해당되며, 이승현 연구원의 보조로 수행할 예정입니다.
- 데이터 셋 구축. 멀티스펙트럴 + RGBD로 구성할 예정이며, 학교 전기실를 타겟으로 샘플 데이터를 생성할 예정입니다. 가동원전과 한전 과제에 해당합니다.
- RGBD에서의 3차원 물체 검출. 3에서 생성한 데이터 셋을 이용하여 수행 예정입니다. 이는 가동원전 과제에 해당합니다.
적고보니 엄청 바쁘겠네요…. 상반기와는 다르게 멘탈도 어느 정도 회복했고, 하반기에는 성실을 목적으로 무리하지 말고 꾸준히 하나하나 헤쳐 나갈 예정임다. 화이팅!
예전에 유행하던 것이지만 혹시 “치타는 지금 웃고있다.” 라는 밈을 아시나요? 경주견들이 호다닥 달리는 동안 치타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개들을 지켜봅니다. 하지만 치타가 몇초 늦게 출발했다 하더라도 결국엔 모든 견들을 추월하고 그 경기를 우승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겠죠.
비록 다른 사람들이 더 빠르게 사회생활을 하며 달려나가고 있지만 결국엔 금방 따라잡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마치 치타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