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리뷰는 2022년도 2학기를 맞이하기 전에 1학기+여름방학 동안의 저 자신을 돌아보는 글을 작성하고자 합니다. 논문 리뷰가 아닌 글을 작성하려다보니 마냥 쉽지가 않아 감수성이 풍부해지도록 한잔 걸치고 글을 씁니다 호호.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는가?
소설 “데미안”의 머릿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는 것.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이 글을 보고 저는 이 것이 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구실 생활을 하다보면 하루에도 정말 많은 생각(만)을 하게 됩니다. 오늘은 이 논문을 읽어봐야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런식으로 접근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이런식으로 진행해봐야지 등등.. 한가지 일을 아직 마치지 않은 체 그 일을 하면서도 계속 향후의 일에 대해서 계획과 고민을 하면서 생각의 꼬리를 계속 물어왔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생각들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그냥 내버려둔 것이 돌이켜보면 참 아쉽습니다.
이것은 비단 연구실 일과 관련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운동도 하고, 술도 줄이고, 영어공부도 해야하며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여행도 가야지 등등.. 마음 속으로는 정말 많은 다짐과 의지가 솟아나오고 이러한 생각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살아보려 했지만 결국은 무기력과 나태함에 굴복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고쳐야할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막막합니다 허허.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지만 그 중에서 하나가 무기력증 때문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연구와 관련된 생각만 계속해야할 것만 같고 때문에 그 외에 다른 사소한 일들에 대해서는 전혀 손에 안집히는.. 뭐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소한 행동이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행위를 하도록 노력을 하려 합니다. 뭐 예를 들면 미루지 않고 제때제떄 설거지를 한다거나, 가볍게 산책을 한다거나 등 사소할지라도 어떠한 행위를 완벽히 완수하는 것들을 말이죠.
위에 말한 문제를 일으킨 요소로 또 다른 것은 아마 “조급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연구자가 되기 위한 더 빠른 성장을 갈구하고 이로 인해서 저 자신을 돌이켜보거나 쉬어가려는 생각을 최대한 줄이려고 했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바보같게도 남들한테는 연구실 생활은 마라톤과 같으니 너무 불태워서 타죽지 말고 천천히 은은하게 태우라고 조언을 하면서 저 자신에 대해서는 전혀 그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만약 저에게 조언을 한다고 한다면, 남들한테 말했던 것처럼 너무 조급할 필요가 없으니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과 함께 자신을 정비하고 천천히 가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이 말을 들은 저는 그렇게 행동할 자신이 현재는 없습니다ㅋㅋ. 결국 답정너여서 아마 지금처럼 계속 성장을 목말라하며 달려나갈 것 같습니다. 물론 너무 달려서 지쳐버리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게 삶과 일에 대한 밸런스를 천천히 맞춰나가도록 노력은 해야겠지요.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위에서 계속 후회와 자기 반성을 하는 식으로 얘기를 했지만, 그래도 올 상반기에 좋은 일들도 많았습니다. 작년 10월부터 지난 6월까지 저를 계속 괴롭혔던 신경통을 거의 완치하였으며, 이 덕분에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감사한 것이구나 라는 것을 비교적 짧은 나이에 알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여름부터 썼던 논문도 1년이라는 시간 끝에 RAL에 붙기도 했구요. 물론 CVPR에 붙었으면 더 좋았겠지만ㅎㅎ.. 이 논문이 ICRA에 발표할 수 있도록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오히려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어떻게든 작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고 논문으로 남아 좋게 마무리가 됐다는 점이 가장 좋았던 것 같네요.
이번 RAL 논문은 저에게는 많이 의미가 있는 논문인 것 같습니다. 그 동안에 연구실 생활을 3년하면서 제 스스로는 많은 성장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남들한테 이를 증명할만한 실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알게 모르게 심적으로 많은 고생을 했었고.. 이번 RAL 논문이 이러한 저의 고민에 좋은 단비가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이 배고프기 때문에, 꾸준히 좋은 논문을 쓰도록 노력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음.. 근데 지금 글을 써보니깐 그 외에는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 크게 없네요? 흠.. 이것은 좀 문제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직 22년가 마무리 될 때까지 4개월 정도 남아있으니 남은 4개월을 불태워서 좋은 경험과 실적을 쌓을 수 있는 해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
일단 현재 ICRA 제출을 목표로 쓰고 있는 논문을 빨리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요새 가장 큰 고민은 결국 이 논문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일들을 하고 싶어도 전혀 할 수가 없더군요 🙁
이 ICRA 논문이 마무리 된다면, 제가 최근에 가장 관심있게 봤으며 지난번에 승현님이 리뷰 및 세미나로도 작성해주셨던 [ICCV2021] Representative Color Transform for Image Enhancement 논문을 토대로 새로운 논문을 써보려고 합니다.
겸사겸사 해당 방법론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기존의 Encoder-Decoder 구조를 활용하는 image enhancement task에서 decoder를 제거시키고 encoder가 일종의 좋은 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function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예측한다면, encoder만으로 적은 메모리에 디테일 손실 크게 없이 잘 생성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컨셉으로 나온 논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개념이 Ther2Grey translation이나 여러 도메인의 데이터를 통일시키는 Domain Adaptation에서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를 베이스라인으로 실험한 다음 여러 아이디어를 추가해서 개선시켜보고자 합니다.
이 방법론의 컨셉이 Domain Adaptation이나 Image Translation에서 잘 동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제가 그 동안 관련된 연구를 해오면서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이상적인 방법과 가장 유사한 것 같아서 지적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실험들을 꾸준히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연구 관련 계획 외에도 이번엔 계속해서 미뤄왔던 영어 공부를 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내년에 ICRA 발표를 할 수 있어야 할텐데 영어 공부를 너무 안하다보니 자신감 마저 뚝뚝 떨어져서.. 진짜 답도 없는 상황이 오기전에 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ㅋㅋ..
그 외에도 처음에 작성했던 후회를 일으키는 요소들을 잘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다들 연구실 생활에 대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을텐데 이러한 노력이 결국엔 다 리턴이 될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모두들 22년도 하반기 화이팅^_^
아마추어 연구자에서 프로 연구자가 되어가는 길에는 자기관리라는 역량이 포함되지요. 교수님도 어려운거 압니다. 분명한 것은 의식적인 노력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유지는 되더라구요. ㅎㅎ
허리도 거의 다 나으셨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네요.
제가 앞으로 마주할 수 있는 고민들을 신정민 연구원님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겪으신 힘든 시간들을 제가 다 알진 못하지만 그것들을 이겨내고 결국엔 원하는 일을 이뤄내신 것이 특히 굉장히 인상 깊습니다… 한 학기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