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주간의 URP 과정이 끝나가고 9월이 다가온다. 약 3달 뒤 이 글을 읽으며 고민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들어오기 전 최대 고민 – 들어갈까 말까…
이 고민을 하는 이유는 분명 대체로 진로에 대한 의문 때문일 것이다.
‘빨리 취직하여 돈 많이 버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던 나는 일단 개발자가 좀더 좋아 보였다. 굳이 대학원생이라는 어려운 길을 가지 않아도 취업을 할 수 있을 테니. 하지만 좀 더 나아가 고민을 해보니 ‘과연 나와 같은 마음으로 ‘취준’만 한 사람이 과연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굳이 내가 아니어도 언제든 대체자를 구할 수 있다는 뜻이니 금방 버려지지 않을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경쟁력 있을 것이라 여겨 (좋아하는)교수님이 계신 컴퓨터 비전 분야를 선택하여 URP에 참여하게 되었다.
들어오고 난 후 위기
나는 결과중심적 사고를 갖고 있다. 간결한 문장으로 나의 결과를 보이는 것을 선호한다. 타인이 나의 시행착오와 중간과정을 알아주는 것 보다 내가 얻은 결과를 보고 배움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러한 성향이 URP세미나를 진행할 때 큰 위기를 맞이한다.
URP 생활에 있어 멘토님의 조언은 가뭄의 단비이자 신의 계시라고 여겨질 만큼 소중한 한마디이다. 들어오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피드백은 다음과 같다. ‘나의 생각이 들어가 있지 않아 아쉽다.’, ‘과정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다(시행착오를 겪었던 부분, 모델 선택의 과정)’. 여러 번 듣고도 고치지 못한 이유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 연구는 사실에 입각하여 개인의 생각이 들어가면 안 된다.
- 세미나는 그 동안의 성공적인 결과만 발표하는 것이다.
- 내 수준에 맞는 논문, 모델을 선택하여야 한다.
다행히도 한달쯤 지났을 때,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 연구는 단순히 실험 결과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술이 좋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 때 모두가 인정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하지만 나는 실험을 통해 찾지 않고, ‘뭔가 그럴 것 같아서’, ‘누가 알려줘서’ 와 같은 설득력 없는 근거를 바탕으로 남의 결과물만 제시하고 있었다.
- 세미나는 일주일간의 나의 연구 과정을 발표하는 자리이다. 내가 직접 한 데이터 분석, 내가 직접 찾은 문제 분석의 과정을 공유하고, 직접 겪은 시행착오와 알게 된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이다. 내가 모르는 것은 다른 친구들도 모를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이걸 해도 되니…’, ‘굳이…?’ 같은 의심은 접어 두어도 좋다. 나는 세미나가 대체 뭘 어떻게 발표하라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긴 시간동안 하였다. 멘토님들에게 여러 번 질문하고, 전문가의 세미나를 찾아보았다. 이러한 시간이 깨달음을 얻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 문제 해결의 방법인 모델을 선정할 때에 자기도 모르게 먼저 논문 서치를 통해 마음에 드는 논문, 코드 제공되어 구현해보기 쉬울 것 같은 모델을 선택한다. 그리고 모델 선정의 이유를 모델에 끼워 맞추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ex 보행자 인식을 하기 위해 SSD모델 선택 후, SSD의 장점을 찾아 선정 이유로 끼워 맞추기) 그렇다면 모델 선정을 하는 올바른 방법은 어떤 것일까? 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 경험을 통해 조언을 하자면 ‘왜?’에 의문을 먼저 분석하고 그 후에 서치를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위로의 말
마지막으로 위로의 말을 전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 공부내용이 너무 어려운데 뭐가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 공부방법도 모르겠고, 뭐라고 검색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 이게 맞는건지 틀린건지 모르겠다.
- 집에 가고 싶다.
모두 정상이다. URP의 길을 잘 걷고 있는 것이니 걱정 말고 맘껏 헤매자. 그리고 멘토님들을 귀찮게 하자….!
URP라는 좋은 기회를 주신 교수님, 제 이상한 질문을 모두 받아 주신 멘토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모든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준 친구들 정말 고맙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